[인터뷰] '웅남이' 박성광 감독 "개그맨 출신 편견…무기로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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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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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웅남이' 박성광 감독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영화는 박성광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여러 캐릭터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었지만 언제나 갈증을 느꼈다. 영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는 꿈을 잃지 않았고, 계속해서 도전했다. 구르고 깨지더라도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그 결과 단편영화 '욕'(2011),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8), '끈'(2020)이 탄생했고 영화제 수상까지 거머쥐며 세상에 영화감독 박성광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3월 박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웅남이'가 개봉됐다. 오랜 꿈과 염원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영화 '웅남이'의 탄생기. 박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단편영화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너무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고 제가 선택해야 할 일들도 정말 많았어요. 첫 영화기 때문에 욕심은 또 커서···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더라고요. 사공이 많기도 했고요. 혼란스러운 시간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중심을 잡게 되었어요. 작품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제 의견에 힘을 보태주어서였어요. 자존감도 회복하고 중심도 잡을 수 있었죠."

영화 '웅남이' 박성광 감독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영화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박성웅 분)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코미디와 누아르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간다.

"김황도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읽고 반했어요. 소재가 신선하고 재밌더라고요. (원안은)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강했는데 제가 각색을 한다면 코미디를 더 키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미디와 누아르, 액션을 오가는 장르 영화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웅남이'를 필두로 여러 캐릭터를 손보며 이야기를 각색해나갔어요."

박 감독의 단편영화는 웃음기를 지운 장르물들이었다. 그는 "개그맨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며 멜로·스릴러 등 장르물에 치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제작사에도 멜로·스릴러 같은 장르 시나리오만 들고 찾아갔어요. 개그맨 출신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싶어서 일부러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사실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고 투자가 어그러지기도 했거든요. '웅남이'를 코미디로 만든 건 제가 입봉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나의 리스크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무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박 감독은 '개그맨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지우는 대신 자기 장기를 살리기도 했다. 그는 코미디 장르를 취했고 자신의 무기를 쓰기로 했다.

"개그맨이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으니.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뉠 것 같아요. '개그맨이 만들었으니 뻔하지' 혹은 '개그맨이 만들었으니 진짜 웃기겠다'겠죠. 그래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코미디가 저의 무기가 되면 좋겠죠."

영화 '웅남이' 박성광 감독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박 감독은 직접 콩트를 만들고 연기했던 개그맨이다. 직접 연기하는 것과 코미디 연기를 지도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었을 터. 박 감독은 "생각지 못한 어려움들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 쓰는 것부터 다르더라고요. 제가 연기하는 건 지문을 자세히 쓰지 않아도 되는데 이건 배우들이 읽어야 하니까. '어디까지 자세히 써야 하지?'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콩트 용어랑 시나리오 용어에도 차이가 있었고요.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배우들이 어떤 장면을 두고 헤매면 (연기를) 직접 보여주기도 하는데 과하다는 느낌을 받으시더라고요. 저도 제가 연기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직접 보여주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배우들을 북돋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배워간 거죠."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웅남이'는 코미디와 누아르 장르를 오간다. 그는 각각 다른 장르를 매끄럽게 이어 붙였고 장르를 확장해나갔다.

"코미디와 누아르를 이어 붙인다니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흐름이 끊길 것 같다는 지적이었죠. 하지만 저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고 여기저기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누아르는 돈이 많이 들거든요. 배우도 많이 출연해야 하고 액션도 짜야 하고··· 일이 점점 커져요. 하지만 누아르 장르에 욕심내기로 했어요. 조명이나 미술,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영화 '웅남이'는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유명하다. 배우 박성웅을 필두로 최민수, 오달수, 염혜란, 윤제문, 이이경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해 차진 연기 호흡을 펼친다.

"아시다시피 입봉작이고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는 편견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았어요. 접근 자체가 어려웠죠. (캐스팅도) 조심스러웠어요. 코미디와 누아르 장르를 소화할 배우로 박성웅 형님이 적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입 떼기가 어렵더라고요. 12년쯤 전에 술자리에서 '형님 제 꿈은 영화감독입니다. 언젠가 꼭 제 영화에 출연해주십시오'라고 말은 해놓았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형님께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셨고 다른 배우분들도 시나리오를 읽어 보고 제게 '만나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감사했죠."

영화 말미 카메오로 등장하는 정우성에 관해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박 감독은 정우성에 관해 "아주 짧게 등장하는 캐릭터인데도 출연해주셨다"고 말하며 연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 캐릭터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짧지만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요. 반전의 반전을 생각하다가 '정말 잘생긴 배우가 맡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자연스레 정우성 배우를 떠올리게 됐어요. 박성웅 형님과 친분이 있는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님께서 연결해주셔서 촬영이 성사됐죠. 코미디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셔서 테이크도 많이 갔어요. 캐릭터를 많이 준비하셨다고 5~6개 버전으로 보여주시더라고요."

영화 '웅남이' 박성광 감독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완벽히 꿈을 이룬 건 아니다. 영화 '웅남이'로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단발성이 아니라 오래 꾸고 실현해나갈 꿈이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나갈 생각이다.

"저는 영화감독, 개그맨이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개그맨 시험 볼 때 심사위원께서 '왜 개그맨이 되고 싶냐'고 물었는데요.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라고 말했었어요. 즐거움이라는 게 꼭 웃음만 가리키는 건 아니에요. 영화감독으로도 많은 분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차기작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이디어는 많으나 영화 '웅남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생각하고 있는 건 여러 개 있어요. 트리트먼트, 시놉시스 정도 써놨어요. 근데 문득 제게 화가 나더라고요. 이번 작품이 어떤 평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악하고 건방지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바로 접었어요. 지금도 꿈을 이뤄서 좋다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어요. 영화를 보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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