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알선업체에 대신 빚 갚으라 떠넘긴 금용사…대법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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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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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출 이용자를 알선해주면 일정 수수료를 주는 대신 상환 기한이 넘어가면 알선자가 대출금 대신 갚도록 하는 위탁계약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사가 캐피탈 업체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는 대출을 알선해주는 A사와 2014년 대출업무 위탁 계약을 맺었다. A사는 수산물 담보 대출상품 등의 이용자를 알선하고 그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두 회사는 계약을 맺으면서 B사가 대출금 중 1%를 업체들로부터 받아 A사에 0.5∼0.8%를 수수료로 주되, 돈을 빌린 업체들이 상환 기한을 넘기면 A사가 무조건 대출금을 대신 갚고 담보를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A사는 2015년부터 약 2년간 알선해 B사의 대출을 받은 업체는 총 6곳에 대출금은 200억∼300억원이었다. 그런데 B사에게 빚을 갚지 못하는 업체들이 생기자 B사는 A사에게 대신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A사는 는 10억7300만원을 대신 갚았다. 창고보관료도 1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결국 A사는 B사를 상대로 "B사가 고의·과실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과 담보물 인수 책임을 부담케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두 회사의 규모 차이를 들여다봤다. A사는 2014년 1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생 업체인 반면 B사는 자본금 450억원 이상의 중견 업체라는 점을 봤을 때 두 회사의 계약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본금만 보더라도 B사가 A사의 약 4500배에 달한다. 회사의 존속기간과 경제력 등 전반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B사가 A사에 비해 상당한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런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며 "이용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주체는 원칙적으로 B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보증이 당사자 일방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반면,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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