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19) 국민 절반이 중산층 진입 '눈앞' … 베트남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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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서강대 교수
입력 2023-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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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홍강 강변에서 이한우 교수]




 
2020년에 어느 언론은 베트남에서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해 신규 아파트의 80%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한 사회의 계층구조에서 중간에 위치한 중산층은 사회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집단으로 여겨진다. 중산층이 탄탄해야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사회를 이룬다. 이와 관련해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그 효과에 주목한다. 기업들은 소비 패턴의 변화와 대응전략에 관심을 보인다. 정치적으로도 중산층의 성장은 민주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중산층의 성장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한 사회에서 중산층이 성장하는 시기를 언제로 봐야 할까? 보통 1인당 GDP 미화 3000달러를 넘어서면 중산층이 성장하는 시기라고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승용차 판매량이 늘기 시작하는 시점도 이때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020년에 2779달러였다가 2021년에 3717달러, 2022년에 4110달러에 이르렀다. 2020년과 비교해 2021년 한 해에 1000달러나 증가한 것이 경이롭다.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베트남이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낸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짐작한다. 베트남은 2020년, 2021년, 2022년에 각각 2.9%, 2.6%, 8.0%의 GDP 성장률을 냈다.
 
베트남 중산층의 성장
 
베트남의 중산층이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보통 하루에 미화 11달러 이상 30달러까지 소비할 수 있는 수입을 가진 사람들을 ‘갓 진입한 소비자집단’, 하루에 30달러 이상 70달러까지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을 ‘안정으로 유지되는 소비자집단’, 하루에 70달러 이상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을 ‘높은 구매력의 소비자집단’으로 본다. 중산층은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하루에 11달러 이상 70달러까지의 소비력을 가진 집단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하루에 11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을 중산층에 포함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하루에 15달러 이상 소비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중산층의 속성에 단지 소득만이 아니라 교육수준, 직업, 사회적 지위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명확한 기준은 소득이다.

세계은행과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낸 <베트남 2035>에 따르면, 2015년 무렵에 ‘세계적 기준의 중산층’에 포함될 수 있는 베트남의 인구 비율은 11%였다. 여기에서 ‘세계적 기준의 중산층’은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하루에 미화 15달러의 소비력을 갖춘 사람들을 말한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베트남의 중산층이 2016~2020년간 매년 18%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맥킨지는 2021년경 베트남에서 하루에 11달러 이상의 소비력을 가진 인구의 비중을 40%로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매년 150만명이 중산층에 편입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소수의 고소득자가 있다고 본다면, 중산층의 비중은 전 인구의 3분의 1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절반 정도로 추산되기도 한다. 베트남의 중산층은 미화 5000달러부터 3만5000달러의 연 소득을 올리나, 그들의 대부분은 1500달러에서 2000달러 사이의 월 급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 중산층의 성장세 속에서 최근 베트남 정부나 학자들도 중산층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의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유로모니터는 베트남의 중산층 인구수가 2030년에 태국과 필리핀의 중산층 인구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보스턴 컨설팅은 가계소득 기준으로 연 8000달러를 중산층의 기준으로 잡아, 베트남 중산층의 비중을 2017년에 20%에서 2030년에 40%로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맥킨지는 2030년에 하루에 11달러 이상의 소비력을 가진 인구의 비중이 75%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2035년에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에 속할 것이라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중산층의 성장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으로 이어진다. 근래에 베트남에서는 아파트 거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소비가 두드러지게 확대돼왔다. 외국 건설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에 이어 빈(Vin)그룹을 비롯한 베트남 기업들의 아파트 건설이 확산되고 있다. 유통부문에서는 오래 전부터 빅씨(Big C)가 성업하다가 태국 회사에 팔렸고, 한국의 롯데마트가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 일본의 이온(Aeon) 몰이 매장수를 늘리고 있다. 베트남 국내 기업으로는 빈콤(Vincom)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어, 하노이나 호찌민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큰 도시에는 어김없이 빈콤몰(Vincom Mall)이 들어서 있다. 의류부문을 보면 지오다노, 자라(Zara), 에이치 앤 엠(H&M) 등의 해외 브랜드가 일찍부터 진출했고, 얼마 전에 일본의 유니클로가 베트남 시장에 진입해 매장수를 늘리고 있다.
 
 

[하노이의 중산층 거주지 중 한 곳인 빈홈즈 타임즈 시티. 사진@이한우 2015]



 
중산층의 성장과 사회적 변화
 
중산층의 증가가 사회적으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베트남사회과학원의 레낌사(Le Kim Sa) 박사는 국가나 기업의 정책에 참여, 정부와 사회 간 소통 역할, 정책 집행에 대한 평가와 비평으로 여론 형성을 통해 사회적 순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베트남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장을 역임한 찐주이루언(Trinh Duy Luan) 교수는 베트남 중산층이 아직은 가족 단위의 일상생활에 집중하는 편이고 사회적으로 사회단체, 자선사업, 취미 활동, 종교 활동 등에 참여하는 등의 한정적 역할만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중산층의 성장이 정치의 변화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나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에서 중산층의 성장은 민주화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화의 문턱을 넘은 동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대만이었다. 한국과 대만이 1인당 GDP 3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각각 1987년(3555달러), 1984년(3224달러)이었고, 6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1990년(6610달러)과 1988년(6370달러)이었다. 단순히 보면 자유주의 국가에서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넘어서면 민주화에 대한 압력이 강화되고 6000달러를 넘으며 민주화의 문턱을 넘게 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지 단선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정치사회적 변화가 이렇게 나타나리라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다른 국가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중산층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들이 많다. 중국과 베트남 같은 탈사회주의 국가에서는 1인당 GDP와 민주화의 관계가 의미 있는 것일까? 중국이 1인당 GDP 3000달러를 넘어선 때가 2008년(3468달러)이었고 6000달러를 넘어선 때가 2012년(6300달러)이었지만, 의미 있는 정치적 변동은 없었다. 베트남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이한우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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