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 1만원 한장에 상다리 '휘청' 혀끝에 감기는 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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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해남(전남)=기수정 문화부 부장
입력 2023-03-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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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 가득 속 편한 '보리쌈밥'…두륜탁주에 엉겅퀴 쑥국 곁들임

  • 매콤달콤 '갈치조림' 한상차림…전복장 등 10여 가지 반찬은 '덤'

  • 살살 녹는 '삼치회 삼합'에 고구마 피낭시에·해풍쑥 아인슈페너

  • 다양한 별미체험으로 '미식힐링'…해남 다시 찾을 이유 수만 가지

상다리가 휘청한다. 밑반찬만 10가지는 족히 넘는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접시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해남(전남) 밥상은 오랜만에 보는 자식을 먹이기 위해 정성껏 차려낸 어머니의 밥상 같은 푸근함이 있다. 맛은 또 어떠한가. 혀끝에 착착 감기는 그 맛을 끊어낼 수 없어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어느 식당에 가도 이런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상 가득 차렸는데 가격은 착하다. '1만원' 한 장만 있으면 배불리 먹고도 남을 밥상을 맛볼 수 있다. 과연 남도 음식의 본고장이라 할 만하다. 
 

물레방아식당 보리쌈밥. 도토리묵 무침은 별도로 주문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영양 가득 보리쌈밥, 입맛 돋우네 

건강식이 대세다. 영양 가득한 음식을 배불리 먹었는데도 속은 퍽 편안하다. 해남 '보리쌈밥'이 그렇다.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이 급선무. 대흥사 입구에 주차하고 식당들을 한번 쓱 둘러본다. 해남 대흥사 입구에 쌈밥집이 늘어서 있는데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다 맛있다. 우리의 선택지는 '물레방아식당'.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주인장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곧 "맛만 보시라"며 따로 쪄낸 조밥 약간과 고추장 양념을 한 돼지불고기를 내온다. 그리고 귀띔한다. "진짜 맛만 보셔야 한다. 아직 보리쌈밥과 반찬은 나오지도 않았다"고. 

조밥에 김치를 얹어 한 숟가락 삼기는 순간 싱싱한 쌈 채소와 밑반찬 15가지가 상에 가득 깔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보리쌈밥 주인공인 '보리밥'이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식이섬유와 아미노산이 풍부한 보리밥에 해남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나물들을 골라 넣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을 양껏 넣어 쓱쓱 비벼 먹는 순간 집 나갔던 입맛이 금세 돌아온다. 

상추 위에 보리 비빔밥, 당귀를 얹어 정성스레 쌈밥을 싼다. 한입에 머금은 쌈밥을 오물거릴 때마다 향긋한 당귀 향이 가득 퍼진다. 여기에 삼산 두륜탁주를 곁들이니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곁들임으로 나온 엉겅퀴 쑥국도 별미다. "몸에 아주 좋아요. 한 사발 쭉 들이켜 봐요." 주인장은 제철에 캔 엉겅퀴와 쑥을 건조한 후 보관해놨다가 1년 내내 상에 올린다며 '건강에 좋은 국'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렇게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은 1인당 1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 양과 깔끔한 맛에 한 번 놀라고 가격에 또 한 번 놀라는 곳이다. 
 

본동기사식당 갈치백반. 딸려 나온 밑반찬만 십수 가지다. [사진=기수정 기자]

◆매콤달콤~ 갈치조림 매력에 '푹'

남도의 푸짐한 한정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본동 기사식당'이다.

해남 땅끝마을, 송호해변을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들러 봤을 법한, 아니 들러진 않았을지라도 익히 들어는 봤을 법한 이곳은 가성비 최고 맛집으로 손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백반을 주문하면 밑반찬만 십 수 가지가 딸려 나온다. 물레방아식당에 버금가는 가짓수다. 

​우리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은 주인공은 '갈치백반'이다. 갈치백반을 주문하니 매콤달콤한 갈치조림, 공깃밥, 그리고 다양한 반찬 군단이 순식간에 상을 점령한다. 심지어 전복장이 밑반찬으로 등장한다. 

갓 지은 흰 쌀밥 위에 올린 갈치 한 점. 입안으로 직행하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평소에 가시를 제거하기 번거로워 갈치를 입에 대지도 않는데 요놈이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는다.

상에 오른 갈치는 두 토막 정도. 다양한 반찬을 쉼 없이 맛보았지만 갈치를 더 먹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하며 계산을 마친다. 
 

'카페 유선' 대표 음료인 해풍쑥 아인슈페너와 녹차 쿠키 등을 주문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쑥 아인슈페너·고구마 빵···달콤한 해남

우리는 늘 외친다, 밥 배와 간식 배는 따로 있다고. 당당하게 합리화를 끝낸 우리 일행은 열심히 검색을 하다 좋은 카페 한 곳을 발견한다. 대흥사 안쪽에 자리한 '카페 유선'이다. 

카페 유선 전신은 '유선관'이다. 우리나라 최초 여관으로, 1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곳이다. 신선이 노니는 여행자의 집이란 뜻인 유선관은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유선관은 절을 찾는 방문자와 수도승을 위한 사찰 숙소로 사용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일반 방문자를 맞기 시작했다. 그간 100세 넘은 한옥은 차츰 개조돼 원형을 잃고 변형됐다가 추후 복원 작업과 재단장을 거쳐 현재와 같은 유선관이 됐다. 

숙소 '유선관' 앞에 '카페 유선'이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가 저마다 특색 있지만 대표 음료는 해풍쑥을 활용한 '쑥 아인슈페너'다.

걸쭉한 아인슈페너 한 모금을 맛보니 쑥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쿠키를 곁들여도 좋다.

햇살 가득 품은 이 카페는 퍽 고즈넉하다. 그저 책 한 권 끼고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다만, 카페 유선에 가려면 대흥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러니 애초 대흥사 여행 목적이 없었을지라도 카페에 들른 김에 대흥사까지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더 라이스 고구마 빵 [사진=기수정 기자]

해남이 품은 또 다른 자랑거리는 '고구마'다. 해남은 낯설어도 해남 고구마는 익숙하다. 

해남 지역 토양은 고구마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해남이 오랫동안 고구마 특산지로 주목받는 이유다.

고구마가 뜨니 고구마를 활용한 빵 만들기 체험도 덩달아 인기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고구마를 활용한 피낭시에 만들기를 경험해볼 수 있다. 

고구마 빵 만들기 체험을 운영 중인 '더 라이스'로 향한다.

고구마 색과 비슷한 홍국쌀 반죽에 고구마 속을 넣어 고구마 쌀빵을 만든다. 준비된 반죽을 다섯 개 분량으로 미리 떼어 나눈 후 고구마 소를 넣고 송편을 빚듯 만들면 된다. 다만 앙금을 많이 넣어야 고구마 빵이 커지고 더 맛이 좋다는 점을 유념하자. 

아이들은 창의성을 발휘한다. 달 모양, 곰 모양 등 각자 원하는 대로 열심히 빵을 만든다. 

만들기가 끝나면 매장 내 오븐에서 빵을 구워준다. 잘 구운 빵은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고, 준비된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가져가도 된다. 

체험할 시간이 없어도 상관없다. 완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단, 빵을 만들어내는 순간 날개 돋친 듯 팔리니 빨리 주문하는 것이 좋다. 
 

이학식당 삼치회. 삼치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해남 최고 별미 '삼치회·떡갈비'···해남 여행의 참맛

해남에는 하고많은 음식이 있지만 삼치회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구이와 조림으로 유명한 삼치지만 남해안 사람들은 '날것'으로 즐긴다. 

삼치는 등과 배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삼치의 부드러운 식감을 그대로 느껴 보련다. 한 점을 집어 양념장에 콕 찍은 후 입에 넣는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사르르 녹으면서 퍼지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삼치회를 즐길 시간이다. 삼치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 자는 '하수'다. 생김 위에 밥을 '도토리'만 한 크기로 올리고 두툼한 삼치회 한 점을 얹는다. 그리고 다진 파와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올린다. 아, 해남 묵은지 한 점을 더하면 맛있는 '삼치 삼합'이 완성된다. 
 

해남 천일식당 떡갈비 정식 [사진=기수정 기자]

해남은 떡갈비도 유명하다. 전남 광양과 광주 송정, 그리고 해남이 떡갈비 삼총사로 손꼽힌다. 

떡갈비로 유명한 '천일식당'을 찾았다. 기계로 뚝딱 찍어낸 떡갈비가 아니라 오랜 비법이 스민 손맛을 더한 명품 떡갈비를 맛볼 수 있다. 

해남 떡갈비는 흡사 언양불고기 같다. 앞에 놓인 작은 집게를 활용하면 쉽게 찢어질 정도로 살이 야들야들하다. 달큰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니 비로소 행복이 완성되는 듯하다.

한 끼 푸짐한 행복을 선사한 삼치회와 떡갈비 정식. 가격은 백반보다 다소 비싸지만 지갑을 열 가치는 충분하다.

건하게 차려진 밥상마다 해남 주민들의 푸근한 인심이 흠뻑 묻어 있다. 해남 미식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먹거리들을 두루 맛보았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음식이 수두룩하다. '미남(味南)' 여행지 해남을 다시 여행할 이유, 여전히 차고 넘친다.
 

더 라이스 감자 빵 [사진=기수정 기자]
 

천일식당 떡갈비 한 상 차림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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