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자사주 처분때 신주 발행 수준의 규제 적용해야… 지배력 강화수단 악용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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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2-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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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세미나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세미나에서 토론 참여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상장기업이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신주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매입된 자사주가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기주식이 인적분할 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세미나에서 "자기주식 취득은 기업 성과를 주주에게 배분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국내 관행과 규제 특성으로 인해 자사주 취득의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공시 기준으로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직접 취득한 자사주는 총 8억8100만주로 나타났다. 취득목적의 대부분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였다. 직접취득은 93.3%, 간접취득은 99.3%가 취득목적으로 주가안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처분된 9억600만주 가운데 처분목적이 주가 안정이었던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65.5%가 임직원 성과보상, 우리사주조합 출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가장 많았다. 17.3%는 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됐다. 전략적 제휴와 지주회사 전환·합병, 교환사채 등을 위해서도 사용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회사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한 후, 이를 다른 명목으로 처분한 셈이다.

강 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 공시를 강화해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취득 목적을 상세하게 명시토록 하고 취득 판단 근거와 규모, 기준 및 절차 등 공시 요건을 상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를 처분할 때에는 경제적 실질을 고려해 신주발행 관점에서 규제해야 한다"며 "주주간 형평성 침해나 지배주주의 이익 악용 방지를 위한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적분할과 자사주가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자사주가 결합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인적분할의 경우 대부분 인적분할 직후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동반되고 있다"며 "존속회사 유상증자에서 지배주주는 신설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존속회사 주식을 취득해 지분율을 높이는 자사주 마법을 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마법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지배주주가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해 부의 배분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사주 마법은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김 연구위원은 "자기주식은 자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미발행주식이나 소각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을 제한해 지배력 및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자사주 마법 외에도 최근 3년간 자사주 상호 교환을 통해 지배주주 지배권을 유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현대차와 KT의 자사주 교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 매입 시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의무 소각을 도입하는 것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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