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제 적 세대차…아재 '슬램덩크'에 Z세대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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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2-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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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 평균 연령 48.4세…아재 마음 잡아야 '메가 히트'

  • 1020이나 4050이나 취향 비슷…

 

“아저씨나 아줌마가 좋아하는 옛날 작품이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재 종료 26년 만에 극장판으로 귀환한 만화 슬램덩크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향수에 젖은 40대나 볼 거라던 애초 예상과 달리 3040에서 시작된 인기가 1020으로 확산하는 등 세대를 초월한 인기다.
 
1970년대 청바지, 1980년대 워크맨 등 과거에는 젊은층이 메가 히트 문화를 주도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세대 간 갈등이 상당했다. 그러나 슬램덩크의 인기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노래를 듣는 등 세대 차이가 희미해진 것이다.
 
슬램덩크 대히트, 아재 만화가 Z세대 마음 잡아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원작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에서 이달 7일 기준으로 흥행 수입이 100억엔(약 964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한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아시아 각국에서 인기도 상당하다. 한국에서는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 수가 285만명을 돌파했다.

만화의 배경인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는 ‘슬램덩크 성지순례’를 온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주인공 강백호가 다닌 학교, 강백호와 친구들이 걸은 거리 등 만화에 나온 실제 장소들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원작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고교 농구부를 배경으로 한 만화다. 한국, 홍콩, 대만, 태국 등 세계 25개 국가에서 출간됐으며, 시리즈 누계 발행 부수는 1억2000만부에 달했다. 슬램덩크 한국어판은 15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 같은 슬램덩크의 연재가 종료된 지 26년 만에 영화화한 것이다. 그런데 대대적인 홍보 없이도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30~40대가 1월 관객의 80%에 달하는 등 과거 슬램덩크 만화를 즐긴 3040에서 시작된 인기가 1020으로 확산하며 관객 저변이 넓어진 게 흥행 비결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제작사 토에이는 “30~40대 코어 팬이 관객의 중심일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10~50대로 관객 연령대가 넓고, 관객의 남녀 성비도 엇비슷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밝혔다. 100억엔 수입의 비결은 남녀노소의 마음을 모두 잡은 데 있다는 설명이다.
 
슬램덩크는 최근 일본의 소비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작년에 흥행을 기록한 영화 탑건 매버릭도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영화의 경우 아저씨나 아줌마들이 좋아했던 과거 작품들이 리뉴얼된 것이지만 음악에서는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다가, 팬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국민적 인기를 끄는 아티스트들이 대표적이다. 

1995년생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은 Z세대는 물론이고 40대 이상의 마음도 사로잡으며,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묭은 한국에서 ‘일본판 아이유’로 통한다. 로손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HMV & BOOKS에 따르면 아이묭의 CD를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75%가 40대 이상이다. 일본 인기 밴드 백넘버 역시 CD 구매자의 약 60%가 40대 이상이다. 해당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의 약 절반은 20~30대다. 

 
1020이나 4050이나 취향 비슷?…언제 적 세대 차
과거에는 마케팅에서 세대론이 유효했다. 고도 성장과 함께 대량 소비가 보편화하면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히트 상품이 생겼다. 1970년대는 컬러텔레비전과 청바지, 1980년대는 워크맨, 1990년대는 메가 히트곡 등 젊은이들만이 즐기는 인기 문화나 상품이 있었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14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는 X세대 등 과거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전 젊은 세대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인구가 적다. 이들 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본의 20~24세 인구는 약 624만명으로, 30대 초반 인구보다 약 3%, 40대 초반보다 약 21% 적다.
 
저출산 등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본 평균 연령은 50세에 육박한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일본의 평균 연령은 48.4세다. 50세 이상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코앞이다. 19세 이상 성인 인구에서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0%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변화는) 인구라는 양적 요인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가치관 등 질적 변화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연령대별 생각의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지난 1992년부터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햄버거가 좋다’ 등의 항목들에 대해 20~69세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연령대별로 조사했다.
 
주목할 점은 비교 가능한 366개 항목 중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 항목은 7개에 그치나, 차이가 좁혀진 항목은 70개에 달했다는 것이다. 20~60대의 가치관 차이가 희미해지면서 일본 사회는 세대를 초월한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변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1992년 조사에서는 60대의 85.2%와 20대의 50.3%가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60대의 26.6%, 20대의 14.7%만 저항감이 있다고 답했다.
 
킷카와 토루 오사카대 교수는 “요즘 18세의 대학 진학률은 부모 세대와 다르지 않다. 평균 신장도 마찬가지”라며 “정체된 일본을 살아오면서 가치관의 충돌이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50대 이상 인구가 양적 다수를 차지하고 가치관의 차이가 남녀노소 모두에서 사라지면서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간 젊은층의 니즈와 취향을 파악하는 데 무게를 두고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세대 차이가 점점 사라지는 세로 사회로 진입하면서, 세대를 초월한 ‘세로형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실제 유니클로, 맥도날드는 10대부터 70대 모두가 평범하게 이용한다. 시세이도의 브랜드 프리올은 소비자층을 50~70대로 넓히고 있다.
 
컨설팅 회사 D4DR의 후지모토 켄타로 사장은 “젊었을 때 YMO(일본의 1970년대 유명 밴드)의 노래를 들으면 ‘머리가 이상해지니까 그만 들어라’라고 혼나는 등 부모와 가치관의 단절을 느꼈다”며 “지금은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고, 함께 밴드 연습을 한다. 엄마가 남자 자녀와 화장품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어 “부모와 자식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만큼,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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