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기철 "지방소멸, 국가공멸의 길…대학·기업 이전에 과감한 인센티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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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3-02-0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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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 부지 상업·주거지역 개발하면 이득으로 대학도시 건설 가능

  • 서울대 단과대학, 각 지방 거점대학으로 이전해 산학 연계할 수 있어

  • 대기업 본사·대표 공장 지방 이전하면 그 효과 지방 발전 이어질 것

장기철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재경전북도민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방 소멸은 어느 한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도시와 수도권의 위기로, 궁극적으로 국가 공멸(共滅)로 갈 수 있는 문제다".

전국 8개 시도민회의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대도연)' 장기철 수석부회장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장 부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재경전북도민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밖에 없는데 각종 정책이나 보조금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이 그간의 경험으로 확인됐다"며 "과감한 인센티브로 대학이나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 국토 면적 중 7%에 불과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넘는 2604만명(50.2%)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은 우리나라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시점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출산율을 저하시킨 주범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다면 삶의 질 향상과 출산율 제고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도연을 결성한 것도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과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장 부회장을 통해 소멸해 가는 지방의 미래와 문제점, 그리고 지방 부활을 위한 혜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기철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재경전북도민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도연의 '지방 소멸 대응 특별법 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인데,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우선 수도권 명문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수도권에는 명문 대학이 거의 없다. 우리가 연구한 모델은 연세대 신촌캠퍼스다. 신촌캠퍼스가 약 20만평인데 연세대의 상징적 역사를 보존할 5만평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15만평은 용도변경해 상업‧주거지역으로 개발한다. 평당 1억원으로 생각하면 15조원이라는 개발이익이 생긴다.
 
그 돈을 학교와 재단에 주면 된다. 지역으로 이전해 아이비리그 수준에 필적하는 대학도시를 만들고 학교 발전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 수 있다. "
 
-국립대인 서울대와 죽어가는 지방 사립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 거점 국립대학에 서울대 각 단과 대학을 이전하는 방법이 있다. 프랑스 모델이다. 가령 예술대는 전남대, 농생명대는 전북대, 공과대는 경북대, 로스쿨은 충남대 등 각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이전하고 산학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방 사립대는 재단이 초기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만들어줘서 정리해야 한다. 유지하기 어려운 대학을 연명시키기 위해 교육부가 막대한 지원비를 주고 있는데 경쟁력 없는 대학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지역 일자리를 위해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부터 공기업들을 지방에 내려보내 혁신도시 등을 만들었지만 기대한 수준만큼 효과는 아직 없다. 결국 사기업이 가야 한다. 사기업 역시 대학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 
 
사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하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단순 감면이 아닌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면 된다. 이들 세금은 전체 세수에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이중과세 논란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0%에는 없다. 대기업 본사와 대표 공장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 효과는 지방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소멸 대응 특별법안(지방 소멸 대응 특별법)'이 지난해 5월 통과되지 않았나.
 
"대도연이 국회에서 수차례 공청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의원들을 만나 입법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당시 행정안전위원장이, 국민의힘은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 발의했다. 여야 할 것 없이 2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핵심이 다 빠졌다. 우리의 핵심은 수도권 대학과 기업의 지방 이전 촉진인데 지방에 돈을 더 지원하는 방식이 됐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 감소 위험 지역에 예산 수조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들에게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결국 계획과 다른 법안이 통과된 것인데, 대도연 차원에서 대책은 있나. 
 
"지난 1월 이사회에서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고 결의했다. 내년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매니페스토(manifesto·공약 이행 약속) 방식으로 갈지, 각 정당과 정책 협력 방식으로 추진할지 많은 논의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국가 공멸로 이어지는 지방 소멸을 함부로 대하는 정치인은 퇴출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지방 이전과 함께 지역 핵심 산업인 농어업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대 정부는 농어업을 경쟁력 없는 산업으로 보고 연명 수준으로 지원했는데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농어촌은 일자리는 많지만 사람이 없다. 해외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우수한 인재들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체 근로자뿐만 아니라 농어촌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장기철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 수석부회장 프로필
△1959년 전북 정읍 출생
△전 KBS 기자(법조팀장, 디지털 전환사업 국장)
△전 민주통합당 정읍 지역위원장
△아츠앤컬쳐 대표
△재경전라북도민회 상임부회장
 

장기철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 수석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재경전북도민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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