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연휴 中 안방 점령한 '소흑제악'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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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1-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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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정법위 제작 드라마 '쾅뱌오'

  • 시진핑 '흑사회와의 전쟁' 주제

  • 경찰보다 '흑사회 수장'에 열광

CCTV 39부작 드라마 '쾅뱌오' [사진=CCTV 웨이보]

소흑제악(掃黑除惡). 어둠을 쓸어버리고 악을 제거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외친 구호다. 중국 지도부는 2018년 당중앙정법위 서기를 조장으로 하는 '소흑제악투쟁영도소조판공실'도 만들고 약 3년에 걸쳐 ‘흑사회와의 전쟁’에 나섰다.

흑사회(黑社會)는 흔히 범죄·폭력을 일삼는 조폭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지역 공안과 결탁하고 유명 정치인·기업인까지 깊숙이 관여돼 있을 정도로 지능화·기업화했다. 시진핑 주석이 대대적인 척결에 나선 배경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흑제악을 주제로 한 중국 범죄 수사 드라마 ‘쾅뱌오(狂飆·맹렬한 폭풍)’가 최근 중국 대륙을 강타했다. 지난 14일부터 중국 국영중앙(CC)TV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에서도 동시 방영돼 중국 드라마 인기도 1위를 달리며 춘제(음력 설) 연휴 대륙 안방가를 점령했다.
 
총 39부작 드라마로, 중국 국민 배우 장이(張譯)와 장쑹원(張頌文)이 각각 일선 경찰 안신(安欣)과 흑사회 수장 가오치창(高啓强) 역을 맡아 열연했다.
 
중앙정법위 지도 하에 CCTV·아이치이 등이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중앙정법위는 중국 공산당의 ‘칼자루’로 불리는 공안부와 사법부 등 정법 계통을 총괄하는 기구다.
 
드라마는 중국 린장성 징하이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2000년, 2006년, 2021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지 일선경찰 안신은 수년간 거대한 흑사회 세력과 홀로 싸움을 벌이지만, 흑사회 수장 가오치창은 공무원 비호 아래 창성(强勝)그룹이라는 기업을 운영하며 날로 세력을 불려 나간다.
 
비호 세력의 방해 공작과 친구·동료의 배신으로 난관에 부딪힌 안신도 차츰 무기력해질 때쯤, 린장성에서 '흑사회와의 전쟁'을 외치며 직접 지도조를 징하이에 파견한다. 안신의 협조 아래 공안·검찰·정법·사법 등 각 부처가 합동으로 징하이시 정법 계통 내부의 비호 세력을 축출하고 흑사회 세력 소탕에 나서는 줄거리다. 

현재 중국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더우반 평점도 8.9점으로 높다. 실화에 기반한 생동감 있는 스토리, 개성 있고 다채로운 인물 캐릭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쉴 틈 없는 전개, 섬세한 인물 감정선 등이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마는 20년에 걸친 시대적 배경 아래 선량한 시민이 어떻게 흑사회 수장으로 '흑화'하는지, 정의감으로 무장했던 일선 경찰이 범죄 수사로 잇단 좌절을 겪은 뒤 왜 결국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는지 등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누리꾼들은 무엇보다 흑세력 수장 가오치창에 열광하고 있다. 젊은 시절 부모 없이 홀로 시장통 생선 장수로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매번 ‘시장 관리원’으로 활동하는 범죄 세력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경찰서까지 끌려온 그는 안신과 인연을 맺으며 차츰 권력의 맛을 본다. 결국엔 안신과도 멀어지고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흑사회 수장이 되는 캐릭터다.
 
가오치창 역을 맡은 장쑹원의 소름 돋는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며 "장쑹원이 연기가 아닌 것 같으니 경찰이 조사해야 한다"는 말이 23일 중국 SNS 시나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가오치창을 향해 동정심을 보내며 그의 캐릭터에 공감하고 있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드라마 이름을 쾅뱌오가 아닌, 가오치창으로 바꾸자”며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가오치창에게 시집가고 싶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홍콩 명보는 26일 "일각서 가오치창 캐릭터를 향한 열광이 흑사회를 미화시켰다는 지적이 있는 한편, 선량한 사람도 불공평한 사회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악해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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