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칼럼] 대안없는 탈(脫)중국 바람몰이보다 '실리' 챙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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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교수
입력 2023-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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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중국 경제는 꼭짓점을 찍었고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라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주장을 비롯해서 차이나 탈출(China Exodus)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 이어 20년 동안 우리 수출을 먹여 살린 중국. 과연 탈중국 논의는 정당한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에 2.6%를 기록한 우리 경제의 금년도 성장률은 0%대에 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물가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 GDP의 45%인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고 가계 자산의 65%에 달하는 부동산 시장 경색 또한 소비둔화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설비투자(비중 9%)도 정부가 반도체 투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다. 2023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분열된 세계 속의 협력”이었듯이 세계는 미·중 갈등을 비롯해서 보조금 경쟁, 외국인투자 규제, 수출입 통제 등 진영 대결로 힘을 빼고 있어 세계 무역/GDP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모든 나라가 국제 분업보다는 국산화에 올인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금년도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처럼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힘이 부친다.

한국은 미국 수출을 발판으로 성장하였다. 1980년대 우리 수출의 미국 의존도는 30%에 달했고 2011년 10.7%로 바닥을 찍은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내내 상승곡선이 이어져 2021년 14.9%, 2022년에는 16.1%를 기록하였다. 대 중국 수출은 2003년 18.1%로 중국이 우리의 제1위 수출국이 된 이후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2015년 26.0%를 정점으로 2022년에는 22.8%까지 낮아졌다. 최근 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비약적인 성장(3위, 8.9%)을 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중계무역국으로 큰 의미가 없고 대만은 꾸준한 3% 비중으로 제6위, 인도 2.8% 제7위, 그 뒤를 호주, 멕시코가 잇고 있다.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등 한국 수출 4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만그만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은 세계 공산품 수입총액 22조 달러의 13.3%(2.9조 달러)를 차지하는 최대무역국이고 중국은 제2위(12.2%)이다.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3저 호황 때 4.6%대(수입국 순위 6위)까지 올라갔고 1988년 이후 연평균 3%(7위권)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989년 미국 시장 톱 텐(2.5%)에 들었고 2007년부터 미국의 영원한 경제 삼총사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치고 독보적 1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2015년 미국시장 점유율 21.5%를 찍은 이후 트럼프 행정부 출범부터 내리막길로 돌아서서 2022년에는 16.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점유율은 3.5% 정도로 변화가 없어 중국이 잃은 몫을 한국이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한국의 위치는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에 이은 2위로 올라섰고 2013년도부터 2019년까지 1위(2016년 10.4%)를 유지한 이후 2020년에는 대만, 일본에 이은 제3위, 2021~2022년 제2위로 밀리고 있다. 한국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22년 7.5%까지 떨어졌다. 2022년 3% 성장을 기록한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에서 재개방(reopening)으로 선회하였지만 중국도 부동산 침체, 에너지 등 물가 상승 등의 문제로 금년 전망이 4%대에 그치고 있다. 중국 시황이 안 좋은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들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국 산업을 제치고 한국 수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수출 시장 제3위인 베트남. 베트남의 세계 GDP 순위는 37위로서 제1위인 미국의 61분의 1, 제2위인 중국의 44분의 1 정도이다. 한국의 베트남 수출이 늘어난 것은 베트남 시장의 구매력이 아니라 한국의 휴대폰 제조 등 때문이다. 한국 수출시장 제8위인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가 14억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라고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인도는 부의 편중이 심하고 같은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중국과 달리 독특한 인도식 민주주의로 개발독재를 동원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혜택이나 영어 구사도 1억명 정도의 일부 국민들로 제한되고 있어 중간재 기지로서 자리매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면 대체 어느 나라가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이라는 말인가?
 
미국시장이 다시 우리의 주시장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 중심의 경제 안보 동맹에 따라 대미 투자와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변화가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효과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일시적으로 제한되어 예전처럼 미국시장이 우리의 주시장이 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 시장은 어떤가. 이제 중국에서 밀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탈중국을 주장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 버틸 만큼은 버텨야 한다. 중국의 제도가 우리와 사맛디(통하지) 아니하지만 탈중국과 중국의 고립을 우리가 앞장설 필요는 없다.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매몰비용, 이사비용도 고려사항이다. 중국에서 최대한 버텨 시간을 벌면서 십시일반으로 세계 곳곳에서 수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마당에 한국은 자유무역주의의 공공재를 공짜로 향유하기 어렵게 되었다. 각국과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하고 투자 등 경제협력과 마케팅을 통해서 수출을 늘리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 둘째,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전략을 강구하여야 한다. 우리의 대 중국 수출은 중간재 수출과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되어 있다. 중국의 주요 산업 및 중간재 국산화 정책은 한국의 수출 패턴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진 K-콘텐츠와 연계해서 중국의 고급 소비재 시장을 공략하는 새 판짜기 전략(Export China 2.0)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과의 연계를 감안한 질서 있는 동남아 중심의 다변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 등 영향으로 중국을 벗어나 아세안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는 산업 등을 대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기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초에 UAE에서 300억 달러의 투자유치 성과 등을 올린 윤 대통령의 비즈니스 실적은 희소식이다.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출전략회의를 여는 것도 고무적이다. 작년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투자 신고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 노력해 온 산업부와 코트라 담당자(IK)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은 탈중국이라는 요란한 바람몰이로 중국을 자극하기 보다는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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