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낮에도 체감온도 영하 20~30도…전국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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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권가림 기자·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1-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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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50도 달하는 북극發 찬 공기 영향

  • 지구온난화로 '커튼' 역할 기류 약해져

  • 제주도 항공기 올스톱…바닷길도 막혀

  • 서울 등 전국서 수도계량기 동파 잇따라

  • 내일 오후부터 차차 추위 누그러질 듯

한파특보가 발령된 24일 오후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끊겼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울산·경북에서도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잇따랐다. 영하 50도에 달하는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발생한 이번 한파는 2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반도 덮친 한파 25일 아침까지 계속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오전 6시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 기온은 영하 20도 내외로 떨어졌다. 나머지 중부 지방은 영하 15도에서 영하 10도, 남부 지방은 영하 10도에서 영하 5도 사이를 보였다.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다.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10도 이상 낮은 곳이 많았다. 낮 기온 역시 중부 지방은 영하 10도 내외, 남부 지방은 영하 5도 내외에 머물렀다. 

강원 철원군(임남면)은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5.5도, 최저 체감온도는 영하 39.3도를 기록했다. 화천군(상서면)은 아침 기온이 영하 20.6도, 체감온도는 영하 27.2도까지 내려갔다. 경기 파주시와 동두천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8도, 최저 체감온도는 각각 영하 26.1도와 영하 26.0도를 보였다.

서울은 영하 16.4도, 체감온도는 영하 25.5도까지 떨어졌다. 종로구(송월동) 기준으로 서울 중구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9도, 최저 체감온도는 영하 31.1도였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 아침 기온은 영하 16.2도, 체감온도는 영하 27.3도까지 내려갔다. 대전은 각각 영하 11.7도·영하 19.5도, 광주는 영하 8.0도·영하 13.7도, 대구는 영하 8.9도·영하 18.2도, 부산은 영하 4.4도·영하 10.8도를 기록했다. 제주 역시 아침 최저기온 영하 1.9도, 최저 체감온도 영하 9.7도를 기록했다.

한반도를 찾은 강력 한파는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첫날인 25일까지 이어진다. 25일 기온도 평년(최저기온 영하 12~영하 1도, 최고기온 0~영상 7도)보다 10~15도 낮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중부 지방 영하 15도 이하,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 영하 20도 이하로 전날보다 더 춥겠다. 남부 지방도 영하 10도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부터는 차차 기온이 오른다. 25일 낮 최고기온은 영하 7~영상 1도로 평년에는 못 미치지만 전날보다는 크게 누그러진다. 목요일인 26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영하 4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1~영상 6도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제주에 급변풍 특보와 강풍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김포공항 출발 항공편 안내 전광판에 제주행 항공기 결항 표시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하늘길 막혀···귀성객 4만3000명 발동동

강한 바람과 많은 눈까지 찾아온 제주는 하늘길이 모두 끊겼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24일 제주공항 기준 국내선 466편과 국제선 10편 모두 결항됐다. 전날 항공사들이 사전 결항한 162편을 포함해 오후 항공편도 모두 취소됐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모두 고객들에게 결항을 안내했다. 

풍랑특보가 발효된 제주 바닷길도 마찬가지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배편이 모두 통제됐다. 서해와 남해 역시 전날 밤부터 풍랑특보가 발효돼 배편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완도 14개 항로를 운행하는 23척과 여수 8개 항로 10척, 목포 26개 항로 42척, 고흥 5개 항로 6척 등 전남 53개 항로 81척도 통제 상태다. 백령~인천, 포항~울산, 군산~어청도 등 전국에서 여객선 86개 항로 113척도 풍랑으로 운항을 멈췄다.

제주 지역은 다음날 오전까지 강한 바람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운항 재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제주에 발이 묶인 항공기 탑승객은 4만3000여 명에 달한다. 승객들은 대체편이 마련되지 않으면 최대 주말까지 제주공항에 발이 묶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발 김포행 항공권은 오는 28일부터 예약할 수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 항공권 역시 27일 전까지 매진된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25일 대체항공편(보항편)을 투입하고, 애초 예정했던 기종보다 큰 기종을 투입해 더 많은 승객을 태울 계획이다. 기존 운항 일정대로 추가 투입이 어려우면 야간 운항제한 시간인 커퓨타임에 운항편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출발 시간이 이른 승객부터 순차적으로 대체편 예약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제주 날씨가 워낙 오락가락해 당장 25일부터 대체편이 투입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국서 동파 사고···서울시 '심각 단계' 발령

전국에 강력한 한파가 찾아오면서 수도계량기 동파를 비롯한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잠정 집계된 한파 인명 피해는 없지만 전국적으로 계량기 동파 신고가 14건 들어왔다. 서울·경기 각 4건, 인천·울산·경북 각 2건이다. 서울에서는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에서 동파 사고가 4건 접수됐다.

서울시는 전날 수도계량기 동파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동파 대책 상황실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동파예보제는 동파 발생 위험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심각은 가장 높은 단계다.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미만인 날씨가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발령한다.

통상 심각 단계가 되면 동파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지난해 겨울(2021년 11월 15일~2022년 3월 15일) 동파 대책 기간에 발생한 동파 사고 3621건 중 11.4%가 2021년 12월 26일 하루 동안 발생했다.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5.5도를 기록한 날이다.
 

서울 종로구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 동파된 수도계량기가 쌓여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북극발 한파에 중국·일본도 역대급 추위

설 연휴에 한반도를 덮친 역대급 한파는 대륙 고기압(시베리아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극에 있던 차디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기상청 분석일기도를 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한반도 왼쪽에는 중국 내륙에 위치한 대륙성 고기압이, 한반도 오른쪽 상단부에는 저기압이 위치해 있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저기압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바람을 만들어내는데 두 힘이 합쳐지면서 매우 강한 바람길이 생겼다.

변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전국에 영하의 기온선이 분포하고 있는 데다 바람이 정말 강하다"며 "영하 40도 이하인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 한파는 중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 모허시 기온은 22일(현지시간) 영하 53도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러시아 국경 남쪽에 위치한 모허는 연평균 기온이 영하 3도 안팎으로 '중국의 북극'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영하 53도까지 떨어진 것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앞선 기록은 1969년 영하 52.3도였다. 모허는 사상 처음으로 3일 연속 영하 50도 이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4일부터 이번 겨울 들어 가장 강한 한기가 일본 상공으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25일 최저기온은 홋카이도 삿포로 영하 12도, 나가노 영하 9도로 전망했다. 겨울에도 영상권을 유지하는 도쿄 도심도 영하 3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일본 기상청은 "10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추위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한파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겨울철 극지방 냉기는 '제트기류' 때문에 쉽게 내려오지 못한다. 북극과 중위도 사이에 부는 강력한 편서풍인 제트기류는 북극에 있는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가로막는 커튼 기능을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 때문에 올겨울 추위가 유난히 매서운 것은 힘이 빠진 제트기류가 북극 찬 공기를 막아주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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