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이제는 '청색경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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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캐나다 캘거리대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입력 2023-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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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캐나다 캘거리대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미래에 가장 유망한 기술과 산업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36년전 필자의 첫 직업은 경제연구소에서 경제·산업·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였다. 그때부터 언론계를 거쳐 학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우리의 미래에 가장 유망한 기술은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거나 자연을 모방한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바로 청색기술이고, 이를 산업 및 경제 분야 전반에 적용한 것이 바로 ‘청색경제(Blue Economy)’다. 청색기술에 대한 설명을 보거나 들어도 좀 막연하다. 필자는 최근 향후 10년간 유망한 10대 유망기술, 5대 유망기술을 발표했는데, 첫째로 기후테크(기후기술)를 꼽았다. 기후테크가 대표적이고 구체적인 청색기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회의에서 군터 파울리(Gunter Pauli)는 재닌 베니어스(Janine Benyus)와 함께 ‘자연의 100대 혁신 기술(Nature’s 100 Best)‘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생물로부터 영감을 얻거나 생물을 모방한 기술 2100개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100가지 혁신 기술을 선정하여 수록한 것이다.
 
군터 파울리는 저술가와 기업가로서 세계 최대 환경기업 에코버(Ecover)의 설립자이며, 로마클럽 회원이며, 1994년에 제리(ZERI: Zero Emissions Research and Initiatives)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민간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파울리는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건강한 환경과 영양 증진, 건강 증진, 고용 창출을 위해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교육하는 데 자신을 바치고 있다.
 
파울리는 2010년 6월 자연의 100대 혁신 기술을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한 저서인 <청색경제(Blue Economy)>를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안에, 100가지 혁신기술로, 1억개 일자리가 생긴다(10 years, 100 innovations, 100 million jobs)’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2010년 6월 15일에 <블루이코노미>(저탄소 녹색성장의 미래 - 10년 안에, 100가지의 혁신기술로 1억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라고 번역 출간되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파울리는 이 책에서 100가지 생물모방 또는 생물영감기술로 2020년까지 10년 동안 1억개의 청색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례의 밑그림을 제시하면서 청색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녹색경제는 환경을 보존함과 동시에 동일한 수준이거나 심지어 더 적은 이익을 성취하기 위해 기업에게는 더 많은 투자를,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해 왔다.
 
녹색경제는 많은 선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요구되었던 실행 가능성을 성취하지 못했다. 만일 우리가 시야를 바꾼다면, 우리는 청색경제가 단순히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지속 가능성의 쟁점을 제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청색경제는 무엇보다 재생을 약속한다. 청색경제는 생태계가 진화 경로를 유지하여 모든 것이 자연의 끊임없는 창조성, 적응력, 풍요로부터의 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울리는 이 책에서 청색경제가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규모의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을 본뜨는 혁신 기술을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을 2012년 펴낸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제안한 바 있다.
 
국내에서 청색기술 연구를 선구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이인식 ESG청색기술포럼 대표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이런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서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융합기술'을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고 한다”고 청색기술을 설명한다. ESG청색기술포럼은 오는 9월 20일에 ‘세계 기후테크, 기후산업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기로 했다.
 
청색기술은 연구자에 따라 기후기술, 바이오기술, 해양기술, 환경기술 등 여러 분야로 관심 분야가 나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서로 융합하여 청색경제로 통합 발전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MIT는 2022년 1월에 ‘MIT Technology Review’를 통해 해양기술 관점의 ‘청색기술지수(The Blue Technology Barometer)’ 순위와 점수를 발표했다. 66개 해양국가를 대상으로 한 이 평가에 의하면 세계 청색기술 순위는 1위 영국, 2위 독일, 3위 덴마크, 4위 미국, 5위 핀란드, 6위 노르웨이, 7위 프랑스, 8위 스웨덴, 9위 한국, 10위 캐나다, 11위 일본 순이다.
 
청색기술은 최근에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10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제16회 세계해양포럼에서 UN해비타트 주도하에 부산 앞바다에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를 건설하는 오셔닉스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해상도시는 청색기술로 건설한다"고 밝혔다. 10월 28일 G20 연구 및 혁신 장관 회의에서는 '청색경제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합의했다.
 
청색기술과 청색경제가 세계적인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청색기술은 저탄소 산업 생태계를 실현하는 기후기술이다. 청색기술은 무엇보다 녹색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 녹색기술은 환경오염이 발생한 뒤의 사후처리적 대응 측면이 강한 반면에 청색기술은 기후변화 물질의 발생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억제하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로젝트 드로다운(Project Drawdown)이 발표한 탄소중립 100대 기술 중에서 상위 25개의 60%인 15개가 생물모방, 곧 청색기술인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청색기술은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색경제를 창안한 군터 파울리는 2015년 10월에 펴낸 <청색경제 버전 2.0>에서 "40억 달러를 투자한 200개 청색경제 프로젝트로 3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보고했다. KBS 2 TV는 2017년 7월 12일 ‘글로벌 경제’에서 세계 청색경제 시장규모가 "2015년 43억 달러에서 15년 뒤인 2030년 1조6000억 달러로 기적적인 성장을 한다"고 보도했다.
 
2019년 10월 30일 청색기술의 연구기반을 조성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청색기술 개발촉진법안’이 발의됐으나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안은 다시 발의되고 신속하게 입법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세계 기후기술, 환경생태기술 등 청색기술과 산업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계청색기술포럼’을 신설하여 국제행사를 개최하면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처럼 세계 탄소중립 정책과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주요 정책 책임자들의 관심과 인식은 아직 녹색기술에 머물고 있다. 하루빨리 인식의 수준을 높여서 청색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청색기술을 미래유망기술 분야로 선정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청색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고의 유망 기술인 청색기술에 투자하면 세계경제 선도가 가능하다. 청색기술과 청색경제로 거대한 신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통령과 고위 정책 책임자들이 하루빨리 인식해서 적용하기를 기대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고문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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