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갱신=5% 인상'은 옛말, 4억 낮추기도... 갱신권 쓴 서울 전셋값 12월 4.2%↓ '사상 첫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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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3-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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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마 3억2000만원·잠실엘스 4억3000만원 하락 계약

  • 갱신 후 3개월 있으면 세입자 측에서 계약 해지 가능

 
 

[이미지=아주경제DB]



전세 갱신계약을 체결할 때 종전 계약보다 전세 금액을 낮추는 감액 계약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전세가 평균 4% 이상 낮은 금액으로 계약돼 사상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7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전세 계약은 1352건이었고 기존 전셋값 대비 갱신 후 전셋값은 평균 4.27% 하락했다.
 
서울 주요 단지에서도 감액 계약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기존 보증금 10억5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 낮은 7억3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송파구 대형 단지인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달 3일 기존 13억8000만원에서 4억3000만원 떨어진 금액에 갱신 계약됐으며 헬리오시티 전용 84㎡ 또한 같은 달 28일 11억5000만원에서 4억원 떨어진 7억5000만원에 갱신 계약됐다.
 
계약갱신요구권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개정한 임대차보호법에서 처음 등장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한도 내에서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다.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 때는 부동산 가격과 전셋값이 급등하던 시점이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보증금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세입자에게 큰 장점이었고 계약 갱신 후엔 5%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전까지 갱신 후 전셋값 상승률은 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했다.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살펴본 서울 지역 월별 갱신 후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1~6월 평균 4.69%였고 △7월 4.62% △8월 4.58% △9월 4.32%였다. 전셋값 상승률은 10월 들어 3%대로 떨어지더니 11월엔 0.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이용해 감액 계약을 하면 세입자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신규 계약을 했더라면 세입자도 2년간 전세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갱신을 했다면 개인 사정으로 이사해야 할 때 집주인에게 3개월 전에만 통보하면 된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공인중개사 중개보수 등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일단 낮은 가격에 갱신하고 추후 전셋값이 더 떨어진다면 언제든 이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송파구 공인중개업자는 “임대차보호법 도입 이후 전셋값이 급등했다가 최근 급락하며 갱신 시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계약이 늘고 있다”며 “갱신 후 더 낮은 전세 매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동하는 세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최근 금리 인상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보다 기존 계약자와 보증금을 낮춰 계약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분위기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해 월세 거래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동시에 전세 거래가격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세 퇴거 대출 이자 역시 상승했기 때문에 전세 퇴거 대출을 일으키기보다는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세입자에게 전세 대출 이자를 일부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상반기 금리 추가 인상 등을 근거로 전세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상반기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입주 물량도 꽤 있는 상황”이라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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