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삼성전자 R&D센터 개소...베트남의 꿈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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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3-01-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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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의 기술이전 통한 현지 생산능력 향상이 핵심 관건

  • 부족한 현지화 비율...베트남 내 산업 생태계 마련 시급

  • 동남아 거점 연구개발센터로 발전 가능성은 '판단 유보'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의 개소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서 셋째)과 팜민찐 베트남 총리(왼쪽서 셋째)가 나란히 서서 준공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하면서 향후 베트남 내 기술 및 생산 역량 향상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서 현지화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3일 하노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착공 3년여 만에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하노이 현지에 직접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서도 팜민찐 총리, 응우탄쑤엉 호찌민정치아카데미원장, 휭타잉닷 과학기술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베트남 삼성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R&D센터는 총사업비 2억2000만 달러(약 2830억원)가 투입됐다. 하노이 서호의 국제업무지역인 스타레이크 지구에 세워진 R&D센터는 1만1603㎡ 부지에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2200여명의 연구원을 R&D센터에 상주시키고, 베트남 내 삼성전자의 전략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R&D센터의 주요 연구 과제는 5G,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IoT(사물인터넷),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및 무선 통신보안 기술 향상 등이다. 삼성은 베트남 R&D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을 현지 생산라인에서 시험하면서 기존 생산시설과 R&D센터의 연계성을 높여 연구개발과 기술 적용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베트남 현지의 인력자원과 기술·생산 능력의 향상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에게 현지화 비율을 높여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투자기업들 중 현지업체나 부품활용 비율은 섬유의류산업 40~45%, 자동차 조립 10~20%, 전자제품 15%, 전문 첨단기술 분야는 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또한 현지화율이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 진출한 한국 협력사를 제외하면 순수 베트남 회사의 비율은 크게 낮아진다.

문제는 현지 생태계다. 아직까지 베트남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적자원, 기술역량, 경영능력 등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현지 베트남 업체의 납기 준수, 품질관리 문제가 손꼽힌다. 실제 베트남 최대기업인 빈그룹의 자동차제조계열사 빈패스트(VinFast)조차도 대부분의 부품을 전량 수입해 사실상 껍데기만 조립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중소기업들에 현지화 대상 품목을 제시하고 참여를 요청했으나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결국 찾지 못했다”며 “내용면에서도 아직까지 베트남 협력업체들은 포장용기, 일반성형 등 단순한 기술제품만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베트남 센터의 개소로 삼성전자는 총 16개국에서 연구센터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들은 한국과 미국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서 대부분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삼성은 미국, 인도, 등 전 세계 15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해왔다. 

결국 이번 베트남 R&D센터의 성패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베트남 정부와 환경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의 전자산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관련 생태계 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이번 베트남 연구개발 센터를 개소하면서 삼성의 대 베트남 중장기 전략을 확실히 공표하고 베트남 정부의 기술 이전 요청에도 화답한 모양새다. 팜민찐 총리는 이날 개소식에서 “R&D센터를 통해 삼성전자가 연구발전 활동을 지속 확대하고 인적자원 교육을 강화해 베트남 기업들과 지속 연계해 나가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는 베트남 과학기술 개발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의 언급처럼 베트남이 삼성전자를 등에 업고 과학기술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 아직은 많은 부분을 고려했을 때 모든 것이 험난한 여정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하노이 연구센터가 동남아를 넘어 세계적인 연구개발센터로 도약할지 아니면 단순한 삼성전자의 베트남 컨트롤 센터로 남을지 앞으로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전경 [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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