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매서운 경제한파..그래도 올해 희망을 품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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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3-01-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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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국자 방역강화 검토 중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최근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발 여행객에게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입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이용객이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이맘때 대부분 전문가들은 2022년 세계 경제를 팬데믹 이전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회귀점으로 규정했다. 2021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국의 무차별적인 경기 부양책 덕분에 5% 넘게 V자 반등을 했다. 지난해는 '위드 코로나'라는 일상 회복과 2021년 남발했던 각종 완화정책의 축소가 공존하는 한 해였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경제가 4.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3%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와 미국 연준의 초강력 긴축과 금리 인상 등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3% 정도 성장이라도 아주 절망적인 수치는 아니다.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8년·2019년과 엇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3년도 전망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힘든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작년보다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는 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를 밑도는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 

새해 벽두부터 실물경제에 한파가 몰려오면서 올해에도 가계든 기업이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다른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해 그토록 세계 경제를 억눌렀던 고물가와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점점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 그리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1%로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에도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도가 각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도 함께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월 말(4.23%) 대비 크게 하락한 3.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리하여 달러화 급등세도 주춤한 상태다.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에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피크를 3.75%에서 3.5%로, 인도 준비은행의 기준금리 피크를 6.75%에서 6.2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3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수석 경제분석가 세스 카펜터(Seth B. Carpenter)는 지난해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공급망 차질과 노동시장의 대혼란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도 하락하고, 중앙은행도 긴축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등 각국이 성장률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적 선택지를 늘려갈 수 있다고 최근 전망했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지만, 지난해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4.25~4.5%)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개된 위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이른바 점도표는 금리 인상이 5.1%(중간값) 수준에서 멈출 것임을 예고했다. 이를 보면 이번 달 31일 개최될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상한 뒤 이후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일단 멈추고 물가 상승률과 고용 수준을 점검해가며 금리 인하로 피벗(Pivot·정책 전환)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금리로 인해 미국 경제 침체가 가시화한다면 조기에 통화정책 완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 연착륙(soft landing)을 위해 연준이 이번 달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마지막으로 단행한 이후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조정하지 않고 유지했다가 내년부터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월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5% 또는 그 아래에서 멈춘다면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 금리를 어느 정도 추종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올해 기준금리를 3%대 중·후반에서 안정화시킬 수 있는 호재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급격한 내수 경제 침체와 주민 반발에 직면했던 중국 당국이 지난달 방역과 통제를 대폭 완화한 것도 올해 우리에겐 주요 변수다. 일단 입국자 격리 조치 폐지로 인해 한국, 일본, 태국 등 주변국 관광산업이 수년 만에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춘제(설) 연휴 귀성 기간 전후로 혼란이 당분간 가중될 수 있지만 올해 1분기를 지나 '위드 코로나' 정책이 정착되면 중국은 소매판매 증가와 함께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중국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해 중국 성장률이 지난해 2.7% 내외에서 4.9%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체제 3기 출범과 함께 경제를 안정적 성장 궤도로 올리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는 지난달 15~16일 열린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시 주석의 핵심 경제 어젠다인 '공동 부유'라는 단어가 거론되지 않은 것도 중국이 규제 대상으로 꼽았던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를 서서히 풀고 있다는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대외 개방이 언급된 것은 세계 최대 무역대국인 중국이 폐쇄경제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수출 대국인 우리에겐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공급망 혼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기록적인 물가 상승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곳은 유럽일 것이다. 유로존 대표 국가인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와 경기 침체로 힘든 한 해를 보냈으나 소비자 심리나 기업체감지수가 최근 급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긴축정책과 에너지 위기의 영향으로 0.2%포인트 정도 수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이한 것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충격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실업률이 6.5%대로 꾸준히 하향 안정화됐다는 사실이다. 올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겨울철 혹한으로 전쟁 수행이 극도로 힘들어지고 중국과 인도까지 서서히 러시아에 대해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평화협상론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무르익고 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영향으로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크게 올랐던 '킹 달러(King doallr)' 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연준의 비둘기파적 피벗 기대감으로 퇴조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 청신호다. 지난해 10월 1444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현재 1270원 아래로 안정을 찾았다. 지난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스티븐 추 수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올해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하튼 올해에는 긴축에 대한 연준의 속도 조절로 지난해와 같이 국제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고성장 시대  

새해를 맞이하면서 또 하나의 특징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 전망이 타 지역에 비해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먼저, 앞에서 언급했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로 인한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5%가까운 수준으로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인구 고령화와 장기 저성장 또는 역성장으로 평균  0.8%대 성장률을 보였던 일본 경제는 올해 1.2% 성장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오랫동안 일본 경제를 견인해온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의 한 축인 금융 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에 대해 궤도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를 지지해온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임기가 4월 종료되면서 국가 경제에 부메랑이 된 아베노믹스  철회를 공식화할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특히 인도는 올해와 내년 6% 이상 고성장을 이어가고 10년 내로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수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인도가 선진국 수준인 디지털 인프라 환경을 기반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제조업 투자, 에너지 변환이라는 경제 호항의 3가지 메가 트렌드 물결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로 볼 때 중국, 인도에 이어 셋째로 큰 이머징 마켓인 인도네시아도 경제 개혁과 제조업 육성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경제 규모가 한국을 추월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MF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았던 개발도상국 경제가 올해에는 선진국에 비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극복과 성장률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일조하는 긍정적인 요소다. 아시아 경제의 정상화는 유럽 국가의 수출 수요를 증대시킬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쌓아라  

지난해에는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회귀점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적인 석학인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 말처럼 전쟁과 인플레이션 자연재해 등 '복합 위기(polycrisis)'의 한 해였다. 올해도 경제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힘든 한 해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경제는 미래 세대 먹거리 찾기에도 매진할 때다. 또한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과 임금체계 개편 등 우리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하면서 힘찬 도약의 기회를 노려야 할 때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손흥민은 오랫동안 아버지의 혹독한 기본기 훈련을 통해 실력과 자신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자신의 실패를 딛는 힘, 긍정의 에너지 그리고 겸손한 태도까지 모두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프로 선수 시절 스피드가 뛰어난 측면 공격수였다. 그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보면 손웅정씨는 자신은 상대 선수 한 명 제칠 발기술이나 개인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그래도 성적을 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가 몸이 금방 망가져 조기 은퇴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는 눈앞의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좀 더 멀리 내다보며 기본기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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