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전광우 "스태그플레이션 이미 진행 중…08년 금융위기와 다른 각자도생 국면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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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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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 금융위원장·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역임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사진=세계경제연구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초대 금융위원장, 국민연금 이사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 민과 관을 두루 거친 국내 대표 경제계 원로다. 특히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재임한 2008년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몰고 온 리먼브러더스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큰 힘을 보탰다. 위기 돌파 전문가로 활약했던 그는 복합적 이슈와 맞물려 있어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8일 서울 무역센터에 위치한 세계경제연구원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전 이사장은 "제가 언론에 많이 나온다는 건 경제가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라며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우리가 경제 위기 돌파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때로는 쓴소리로 우려와 격려,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전 이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올해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올 한 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전쟁이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졌고 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금융과 실물, 특히 실물 부문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렇다 보니 향후 성장률 전망도 지속적으로 하향되고 있는 국면이다. 10월 IMF 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OECD와 ADB(아시아개발은행) 경제 전망 역시 2% 중반에서 수개월 만에 1%대로 하락했다. 이전 대비 0.1%포인트 하향이라는 절대적 수치보다도 추세적으로 나쁜 숫자가 나온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 예측도 한국은행보다 낮은 1.6%가 제시됐는데 통상 정부 예측은 (선방하겠다는)의지를 담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은 특히 다른 해보다 물가가 급등하고 환율 등락 폭도 컸다. 내년에도 이 같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나.

"그렇다. 환율만 해도 지난 3분기까지 킹달러 기조로 가다 4분기 들어 강세가 꺾였다. 그러나 1970~1980년 당시 석유파동에 따른 물가 급등락으로 미국 연준이 고강도로 대응하다 늦추고 이후 다시 대응했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에너지 가격 폭등이 최근 들어 다소 누그러진 점은 다행스럽지만 이 역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물가나 고금리 기조도 마찬가지다. 연준이 네 번에 걸친 자이언트스텝 이후 빅스텝을 단행했는데 미국 물가 상승률이 그나마 낮아진 것이 7%대다. 이는 통상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2%와는 거리가 멀다. 내년 말 미국 근원물가지수가 3%대로 낮아질 것이란 희망도 있지만 여전히 물가에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종합적인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부동산시장인데 현재로는 경착륙 우려가 상당하다.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도 있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다고 봐야 하고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 기조에 들어서는 것은 2024년 정도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8%대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급증한 가계부채 상환 부담과 높은 금리로 인해 기업들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내년 경제와 관련해 도전적인 부분들이 잠복해 있다고 본다."

-근래 꾸준히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경기 침체)과 관련해 당국 수장들 답변을 보면 우려가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Ressesion)는 통계·경제학적 정의로 보면 통상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시 쓰는 표현이다. 교과서적 정의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답은 내가 콘퍼런스를 통해 두어 번 대담을 한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 하버드대 교수 발언이 있는데, 2%대 초·중반 이하인 글로벌 성장이라면 실질적인 경기 침체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언급했다. 당장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1%대를 예상하고 있다. 플러스 성장인데 왜 경기 침체냐 하면 일부 국가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인도는 올해 7%대, 내년에도 6% 성장률이 예상되고 중국도 경기 둔화라고 하지만 4%대 성장이 점쳐진다. 이는 곧 평균의 함정으로 국가 간 차이가 크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 추세 역시 4분기로 갈수록 나빠지고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5~6%다. 실질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가는 상당 기간 높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건 분명하니 말이다."

-금융위원장으로 재임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한다면.

"두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 2008년 9월 터진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마비됐고 국내에도 충격이 컸다. 당시 코스피가 1000 이하로 떨어졌고 외환시장 압박도 커 환율이 급등했다. 시장이 패닉 상태였던 만큼 우리의 처방은 응급실로 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코스피가 (3000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2000이 넘는 등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러나 상황이 악화된 부분도 있다. 당시 위기 극복은 각국 간 공조 체계가 작동했지만 지금은 '각자도생'이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후유증도 남아 있다. 현재 국내 주력 기업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도 있다. 증시나 국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만 하더라도 TSMC(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또 2008년에는 수출 등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여소야대 등 현 국내 정치 환경도 위기 돌파를 위한 정치적 컨센선스로 힘을 모으기 쉽지 않고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 역시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장기화와 레고랜드 사태 등 위기 상황 대응과 관련해 당국이 내놓은 대책에 대한 평가는.

"나름대로 선방을 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에 문제가 됐던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이 심화돼 저도 상당한 우려를 했는데 '50조원+α(알파)'를 비롯한 각종 대책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어렵고 부동산 PF, 경기 및 기업 실적 악화, 고부채 기업 부실화, 신용위기로 번질 수 있는 개연성은 상당히 있는 만큼 향후 추가 대응 과제가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잘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는 자칫 내년에 현실화할 수 있는 부동산 경착륙 충격을 사전에 완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다고 당장 매수세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시장가격이 떨어졌을 때 매수 여력을 만들어주기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미리 대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지켜본 한국 금융산업을 되짚어본다면.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한국을 세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며 십수 년간 '금융 중심지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많다. 국내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떠한 노력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시의적절한 질문이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 세계 금융 중심지 역할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 홍콩' 경제허브 전략이 시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6개월 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5대 개혁 어젠다(금융, 서비스, 교육, 노동, 연금)에 금융도 포함돼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가 있는데 한국이 진지하게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금융산업을 키우려면 (기관을) 분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외 사례만 봐도 금융산업 경쟁력은 군집효과가 중요하다. 선거(총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이전 요구는 산업은행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금융산업이라는 파이를 크게 키우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어떻게 썰어서 나눌 것이냐에 몰두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금융업이 설 자리는 없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기금운용본부를 지방으로 이전한 국민연금 역시 1000조원 가까운 규모로 세계적인 '큰손'으로 꼽힌다. 이 기관도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대외 투자에 있어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것을 다시 서울로 옮기라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역량 제고 노력은 연금 개혁과도 맞물려 있는 시급한 과제다.

또 한국 시장에 해외 플레이어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윔블던 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윔블던이 테니스 분야의 세계적인 이벤트가 된 것이 꼭 (윔블던이 소재한)영국인들이 우승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조성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외국 금융사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지난 수년간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것인데 이는 고강도 규제 문제도 있지만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잘못된 정책은 바뀌어야 하겠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진다는 점은 문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이 큰 내년 경제와 관련해 정책 제언을 한다면.

"상당히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단기적으로는 위기 극복이 당면한 과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더 긴 호흡으로 국가 경제에 있어 미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데 내년 한 해로 끝나고 다시 회복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또 G2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들이 너무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 대만해협 등 이슈가 많고 코로나 사태 이후로 더 부각된 기후변화 위기도 굉장히 장기적인 도전이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위기 문제도 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와 같이 하루아침에 응급실에 들어가서 해결하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당국자들이 단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중장기적인 미래 과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반을 잘 구축하는 양면 전략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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