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드코로나 대혼란 "병원은 '戰時' 중…감염 의료진도 근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12-14 13: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감염 우려보다 의료시스템 붕괴가 더 큰 문제"

  • 의약품 퀵 배송 급증, 황도통조림·이온음료 '품귀'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한 병원 약국창구. "모든 약사가 병중에도 근무 중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종이에 쓰여있다. [사진=웨이보]

“경미한 부상자는 전선을 떠나지 말라(輕傷不下火線).”  
 
전장에서나 떨어질 법한 지시가 최근 중국 베이징 시내 병원에도 내려졌다. 중국 당국이 갑작스레 방역을 완화해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과부하에 걸린 병원들이 코로나19 감염 의료진에게도 일선 현장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감염 우려보다 의료시스템 붕괴가 더 큰 문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베이징시 의료업무보장회의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출석률을 최소 8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병원들은 의료진에 대해 더 이상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발열 증상이 있는 의료진만 번갈아 쉬도록 하되, 나머지 무증상·경증의 의료진은 병원에 남아 계속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 과학자는 “의료진 중에도 감염자가 적지 않다”며 “경증이나 무증상자가 근무해야 비로소 24시간 응급체제 운영과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증이나 무증상자 의료진이 환자를 감염시킬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병원 인력이 워낙 부족해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는 게 (감염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앞서 중국 정부가 방역을 완화한 직후인 9일 하루 '120 응급전화'에 평소보다 6배 많은 3만100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을 정도다. 하지만 의료진 대다수가 감염돼 급증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다. 베이징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명보에 "하루에만 전체 직원의 약 20%인 700여명의 의료진이 감염됐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 병원 곳곳에선 65세 이하의 퇴직자도 다시 불러들여 부족한 의료 인력 수요를 메울 정도다.

베이징 병원의 현실은 중국 전체 병원이 위드코로나 속 맞닥뜨린 의료 붕괴의 '축소판'이다. 여타 지역도 베이징과 비슷하다.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의 한 2급 병원은 현재 의료진의 3분의1이 확진, 3분의1은 PCR검사 결과 대기 중이라 나머지 3분의1만 폭증하는 의료수요에 대응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중국 바뎬젠원(八点健闻)은 보도했다.

현재 중국 공식 통계상으론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 미만으로 줄었지만, 대다수 중국인이 더이상 PCR 검사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 수치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10일부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일일 확진자 집계 현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국 질병통제 전문가들은 한달 이내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내달 춘제(중국 설) 연휴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률은 80~90%에 달할 것으로 펑쯔젠 전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관측하기도 했다. 
 
의약품 퀵배송 급증, 황도통조림·이온음료 '품귀'

중국 온라인쇼핑몰 징둥의 한 유명 이온음료 상품을 주문하자 '재고가 없어 지금 주문하면 한달 후에나 제품이 출고된다'는 문구가 뜬다. [사진=징둥쇼핑앱]

방역 완화 이후 급격한 감염 확산으로 시민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베이징 시내에서는 택배 배송이 어려워졌다. 배송기사 중 발열 환자가 급증했지만 신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배송이 차질을 빚는 것. 반면, 확진자 증가세 속 시민들이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각종 배달 수요는 급증한 데다가, 해열제나 자가진단키트 등과 같은 의약품 배송 수요는 폭증했다.
 
중국 배달업체 산쑹(閃送)에 따르면 이달 1~7일 베이징시 이용자의 의약품 퀵 배송 주문량이 전주 대비 4.5배 증가했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의약품 사재기 행렬 속 약국·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웃 주민이나 지인들을 통해 구하고 있다. 발열 증세가 심한 지인에게 해열제를 보내려고 수차례 퀵 배송을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어서 결국엔 차량호출앱 디디로 택시를 불러 의약품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각 마트에서는 황도복숭아 통조림과 이온음료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이가 아플 때 복숭아 통조림을 먹이면 낫는다는 중국 동북3성 지역의 민간요법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다. 게다가 중국어로 복숭아는 ‘타오(桃)’인데, 이는 달아난다는 뜻의 ‘타오(逃)’와 발음이 같아 위험으로부터 달아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 중국인들이 복숭아를 먹으며 심리적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펑파이신문은 보도했다.
 
이온음료는 발열 증상 시 충분한 수분 섭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검색지수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이온음료 검색량은 전주보다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징둥·타오바오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유명 브랜드 이온음료 대부분은 '재고 없음', '구매조달 중'이라는 문구만 뜬다. 현재 관련 업체들은 생산라인과 인력을 투입해 이온음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