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통일부 수장의 대북 정책에 대한 모순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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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대표
입력 2022-1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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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권영세 장관. 통일부 수장이 되면서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이 대북정책의 '이어달리기'였다. 다음은 그가 한 말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새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위해서도, 북한에 대해서도 혼란을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가 잘못했던 부분까지 이어갈 수는 없다”는 단서를 붙인다. 그 잘못된 부분을 권 장관은 북한에 대한 “저자세”나 북 ‘비핵화에 대해서 무심했던 부분’을 비롯, ‘지나치게 제도에 집착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간과’한 것들을 짚었다. ‘북한 비핵화에 무심’했던 부분이나 ‘지나치게 집착한 제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언뜻 감을 잡기가 어렵지만, 지난 6개월 동안 했던 그가 했던 활동을 들여다보면 권 장관의 생각이 어디에 미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간다. 권 장관의 표현 그대로를 빌려 말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핵 개발을 그대로 놓아두고는 근본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길이 없다. 그렇다고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든 남북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도 옳지 않다. 이런 극단적 태도는 우리 국익과 북한의 비핵화에도 오히려 장애물이 될 것이다.” 딱 여기까지다.

얼핏 보면 ‘할 것은 다 하겠다’는 소신 있는 행동같이 보이지만, 현실과는 크게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서로 상치되는 것을 조화하려는 이중적 생각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어떤 제재나 군사적 대응이 남북한 사이에 단 한 번이라도 가해지기라도 하면 상호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기 쉽다.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요, 작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대화나 교류를 하면서도 응분의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과연 동시에 가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화나 협상이 극단적 대치와 갈등의 끝에서 극적인 돌파구로 마련될 수는 있어도 남북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 대화나 교류협력을 제대로 이루어나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협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개성공단사업만 하더라도 잘 운영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2016년 돌연 독자 중단시키지 않았는가. 재개의 단서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이중적인 생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또 다른 중요한 사례가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성 제기가 그것이다. 권 장관은 대북 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기본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전단 등 살포 행위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입장이 전단 등의 살포를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이중적 판단의 전형에 가깝다. 대신 통일부는 경찰관 집무집행법, 민법 등 기존 법률과 행정적 수단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고 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행위 자체가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북전단금지법 하에서도 전단 살포를 강행해왔던 일부 단체들의 경우에는 어떻겠는가? 법적 장치가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는 점을 들어 더 큰 날개 짓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2013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성추문 사건을 담은 비닐풍선 100개가 전단지 50만 장을 담아 북쪽으로 날려 보내진 적이 있었다.

전단지에는 리설주 추문과 관련 음악단 등 ‘기쁨조’ 운영을 비난하는 내용과 함께 “리설주 사모님께서 홀딱 벗고 추잡한 영상을 찍어 외화벌이를 하셨다니?” 등의 조롱 섞인 문구를 담았다. 북한이 좋아할 리 없다. 더구나 그들의 ‘지존’을 비하하는 언급은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이 경기도 연천에서 14.5㎜ 고사총을 발포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대북단체가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북으로 날려 보낸 삐라 때문이었다. 그 후 쌍방간 사격전이 발생했다. 우리 군도 K-6 기관총으로 응사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 직후, 북한군 또한 우리 측 GP를 향해 응사를 했다. 대북 전단지 살포는 이와 같이 남북관계를 일시에 파탄으로 빠뜨릴 수 있는 사안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 전단을 살포할 때마다 북한으로부터 고사총과 같은 공격에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그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의 의미가 어떻게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전단 살포는 한마디로 갈등과 분쟁을 격화시키는 행위다. 남북간에는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이를 중단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그 합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대북 정책의 ‘이어달리기’가 아닌가. 합의를 통해 남북한 사이의 평화를 강화한 것이 잘못된 것인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한다면 대북 전단 살포의 내용도 유심히 관찰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정치적 의사표현 때문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법원도 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한 고사총 발사와 관련,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의 한 방법이긴 하지만 제한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는 대외적인 관계에서 더욱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윤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 그중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대내적으로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부터 먼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통일부 장관은 이중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 조화하지 않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는 사고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권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밝혔던 포부. “초당적인 대북정책의 토대를 만들어 국민적인 공감대 아래서 지속 가능하고 실효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생각은 현실에 더 밀착시켜야 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 수호가 최대의 관건인 국제정치 에서 ”평화와 인권, 환경 등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권 장관의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노력’하겠다고 해도 현실적 바탕이 없이는 이루기 어려운 것이 많다. "역대 정부의 노력을 보완·발전시키고 이념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과정으로서의 평화와 궁극적 목표로서의 통일이 조화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권 장관의 말은 단지 레토릭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허공에 떠 있는 목표를 향하고 있는 한, 그리고 서로 상치되는 것을 모두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이중적 사고에 갇혀있는 한, 남북관계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주어진 상황을 돌파해서 남북관계가 오로지 개선되는 한 방향으로만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동시에 다 이루겠다는 생각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보수 정부이기에 국민으로부터 남북관계개선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 이러다간 윤 정부 또한 아무 것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빈손 정부가 될 것 같은 생각이든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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