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관치금융 망령] 전문가들 "3고·자금경색 위기에 인사 개입 시 더 큰 위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명섭 기자
입력 2022-11-16 05: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적통성·전문성 있는 인사가 회사 이끌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과 달리 강한 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금융기관의 경영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나 ‘모피아(경제·금융관료 출신을 마피아에 빗댄 말)’가 금융권 수장에 오를 경우, 전문성 결여로 회사 성장이 제한되고, 정경유착으로 독립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 소비자보호, 불공정경쟁 해소처럼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한해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먼저 전문가들은 관치금융이 금융업 특성상 필요악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민간 기업 수장 인사까지 개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금융시장과 업이 자율화되고 시장질서가 정립돼 금융기관끼리 공정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기관 경영에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 또한 “민간 기업에는 적통성, 자율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인사가 들어가게 되면 독립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어진다”며 “민간 금융에서 얼마든지 전문가들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대표 선임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가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경쟁 입찰 통해 뽑기 때문에 (특정 인물을) 내정해놓기보다는 민간에서 경쟁을 붙여 대표를 선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문종진 연세대 교수, 서지용 상명대 교수,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사진=각 기관]


모피아나 낙하산이 금융권 수장으로 갔을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부족이다. 금융권 내부 출신 인사가 다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노하우, 리더십을 갖춘 반면, 논공행상 인선으로 내정된 낙하산은 해당 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자금시장 경색 같은 위기 상황에선 리더의 경험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의 발전보다 사고만 내지 않겠다는 현상유지 기조로 조직을 이끌 가능성도 크다.
 
문종진 연세대 교수는 “요즘 같은 금융시장 상황에 비전문가가 (수장으로) 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며 “레고랜드 사태를 보면 판단 상의 실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많이 알고 오랜 시간 근무해왔던 전문가들이 위기를 잘 대처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단기로 직을 왔다 가기 때문에 임기 내에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관에서 내려오면 업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와 역할, 책임이 있는 만큼, 개입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시장 안정, 예대금리차 해소, 불공정경쟁 방지 같이 시장실패와 관련한 부분에 국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국장은 “고금리 문제라든지, 은행의 과도한 예대금리차 등 당국에서 권고할 수 있는 부분에선 자제해달라고 민간에 권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