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 장기화'에 기업들 벼랑 끝...파산신청 1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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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11-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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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법인회생 많아, 올해는 법인파산 급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늘어나는 이자율에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법인들의 파산 신청이 크게 늘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진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법인파산 증가율은 올해 말까지 정점을 찍고, 부실기업(만기 채무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정리되면 회생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다소 줄었던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올해 들어 증가하기 시작했다. 법인파산 건수는 9월 말 누계 기준 738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4건(9.495%)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말 법인파산 신청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정부가 기업에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면서 법인들의 도산 신청은 다소 줄었다. 법인파산 신청 건수를 보면 2020년 1069건(12월 말 누계 기준)에서 2021년 955건, 법인회생 신청 건수도 같은 기간 892건에서 71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정부의 유동성 대책은 부실 기업의 양산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은 9월 기준[자료=대법원]

법인회생은 감소, 법인파산은 증가

그런데 법인회생과 달리 법인파산은 증가세를 유지한 편이다. 법인파산 신청은 2019년 대비 2020년 14.8%(138건) 늘었다. 법인회생 신청은 같은 기간 11.6%(111건) 감소했다. 소위 '벌어서 빚을 갚는 것'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파산과 달리 회생은 일부 부채를 갖고 영업을 하면서 갚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인파산이 급격하게 증가한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관련 업계 등에선 코로나19로 결혼·여행 업계의 폐업 사례가 이어졌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서초동 법조타운엔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금과 이자상환 부담이 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중소기업들의 파산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도산 상담을 주로 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문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A사는 부채가 40억원에 달한다. A사가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선 회생이나 파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A사가 회생을 하려면 일부 부채를 갖고도 영업을 하면서, 잠정 부채를 조금씩 분할 변제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조차 할 수 없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건설업계와 원자재업체들의 도산 문의가 많다는 전언이다. 김요한 변호사(법무법인 태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들이 가격이 상승했다"며 "건설업계와 원자재를 쓰는 제조업체들의 회생과 파산 문의가 많은데, 이들은 주로 최근 고금리 기조로 들어서면서 원리금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변호사 비용조차 부담돼 파산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인파산을 하고 싶어도, 자문비용과 법원의 예납금(파산관재인 보수)도 최소 몇 백만원이다"라면서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들 중 변호사사무실에 상담하러 오는 것조차 부담을 느낀다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올해 4분기 실적 중요...부실기업 자체 정리 중"

법조계에선 경기불황일수록 기업들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통상 법인파산까지 가려면 6개월 이상은 걸린다"며 "그동안 올라간 이자율이 덜 반영되도록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고, 일부 상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대한 지출을 줄여 자금 유동성의 경색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연말 회사들의 실적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4분기 실적에 따라 파산 위험이 있는 법인들의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로펌 소속 A변호사는 "(연말 실적 우려에) 많은 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고, 사업 규모도 줄이며, 인력 구조조정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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