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행안부, 재난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에 의문.."성의 없는 브리핑, 책임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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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2-10-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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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려할 정도의 인파 아니었다(?)' 이상민 장관 경솔 발언에 이어 브리핑도 엉망

  • 언론 질문 절반 이상 대답 회피...'처음 듣는다'는 응답에 어이상실

31일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 참사' 브리핑에서 이상민 장관(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ㅎ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사건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가 31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과 사후 서면 답변 등이 불성실한 답변으로 과연 행안부가 이태원 참사 사건의 콘트롤 타워로 적절한 지 자격 여부에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사고 이후 정부 대처 상황과 유가족 및 부상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중대본 브리핑 2시간 전부터 언론 단체 대화방을 통해 질문을 접수했지만 정작 브리핑 시간은 20여분 내외로 제한돼 현장 질문 외 사전 질문은 거의 답변하지 않은 채 황급히 브리핑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코로나 19 발생 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긴급 브리핑 등과 비교해 볼 때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장 기자들의 질문은 물론 서면 질문도 거의 소화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에 성실한 대응을 보였다. 

물론 물리적인 압사 사고와 감염병이라는 사태의 조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라는 면에서 콘트롤 타워의 진지한 태도가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기본이 될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시종일관 거의 모든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담당 부서에서 답변하겠다, 더 답변해야 하느냐'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브리핑에서 발표를 맡은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중대본 1본부 총괄조정관)은 "질문을 모두 다 소화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처음 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의 진위, 2019년 이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당시 통제 상황 및 인파 추이, '경찰·소방력 배치로 대응 불가능했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 정부 공식 입장인지 등의 질문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 과정에서 사전 현황 파악, 관계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용산경찰서가 평소 주말보다 많은 200명의 경찰기동대 인력을 이태원 곳곳에 배치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 인원이 137명으로 조정된 이유를 묻자 브리핑에 배석한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최초에 200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한 협의 상황을 묻자 김 본부장은 "이 부분은 지금 처음 접하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행안부 장관의 태도도 구설에 올랐다. 

전날 이상민 장관 역시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해 정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적절 발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브리핑 과정에서 ‘당일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다’는 질문에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예년의 경우와 비교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며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전날 광화문 등에서 발생한 시위로 인해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보수단체와 민주·한국노총이 각각 주최 추산 1만·5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또한 같은 날 진보단체가 개최한 촛불집회에도 주최 추산 6만~7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들이 있었다”며 “경찰력은 정확히는 제가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어제도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이쪽으로 배치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서 치안 활동을 강화한다면서 사흘간 200명 이상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과 달리 지난 29일 이태원역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0%가량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주말은 야외마스크 해제 등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핼러윈 축제로 몰려드는 인파가 예년보다 더 늘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행안부의 '안전불감증'을 엿볼 수 있는 이 장관의 발언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여야도 이날 이상민 장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이 국민의 분노를 키웠고 장관으로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이 장관 발언에 비판을 쏟아낸 것은 참사 원인규명이 확실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습책임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민심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4명이 사망하는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혼잡이 예상되는 거리로 나간 개인의 책임일까?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실한 사회 안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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