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與野 정쟁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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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2-10-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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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은 분열된 한국 정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검찰은 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진입해 오후 2시까지 대치, 4시 반이 돼서야 압수수색을 끝내고 당사를 빠져나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사 앞 철제 파이프라인에서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가설 무대부터 음향시설까지 본격적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국민의힘 점퍼를 입은 한 중년여성은 “대한민국 검찰 파이팅”을 외쳤다. 1인 방송 진행자들도 한 손으로 휴대폰 촬영을 하며 현장을 흥미진진하게 중계하기 바빴다. 양당 지지자들 간의 시비가 붙기도 했다. 철제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두고 살벌한 욕설이 오갔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경찰의 시선을 의식한 듯 “원래 아는 사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분열된 정치의 모습은 위정자(爲政者)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5일 압수수색에 대한 대응으로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국회는 반쪽이 됐다. 절반이 텅 빈 국회에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지난 5월 민주당 색인 파란색 계통의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시정연설을 한 뒤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던 것과 대비된다.
 
시정연설은 행정부가 국회에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방문해 예산과 국정 전반에 관한 생각을 전하는 자리다. 아무리 정쟁이 격화하더라도 야당 의원들이 연설 도중 퇴장하거나 고의로 딴짓하는 장면을 연출한 적은 있어도 입장조차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정쟁이 여야 의원들 간의 입씨름을 넘어 협치를 위한 관행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2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의 법적 대응 예고에 이어 여야 의원들이 말을 보태면서 여파는 커지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국정감사가 지라시 감별장으로 전락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 발이라도 물러서면 지는 것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회 본기능과 민생 영역은 밀려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의 극한 대치에 지는 것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아닌 국민들이다. 여야가 목소리를 모았던 카카오 먹통 대란 책임 추궁과 보상은 벌써 주요 관심사에서 잊혀졌다. 안그래도 민생 이슈가 소외되고 있는데 이슈 블랙홀이 계속 터진 셈이다. 여야 갈등은 ‘누가 범죄자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놓여 있어야 한다.
 

[백소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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