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설마 내가 전쟁 나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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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0-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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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동원령 기간 징집된 사람들이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은 30만명을 징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EPA·연합뉴스]

“전쟁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을 이처럼 평했다. 소파에 앉아 TV로만 전쟁에 참여했던 러시아인들이 속절없이 전쟁터로 끌려가게 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무관심했던 러시아인들은 국민 동원령이 내려지자 반전의 목소리를 높였다. 남의 일로 치부했던 전쟁이 본인들의 삶에 파고들자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아들이었을 러시아 남성들이 사복을 입은 채로, 2차 대전 때 사용하던 무기를 들고 총알받이가 된 영상들이 넘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0만명을 징집했다고 밝혔다. 20만명의 남성이 고기 분쇄기에 빨려 들어간 셈이다. 징집을 피하기 위한 탈출은 이어진다. 이웃 국가로 도피한 러시아인만 70만명에 달한다고 러시아판 포브스는 보도했다.

전쟁은 잔혹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삶을 집어삼킨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탈환한 하르키우주에서는 어린이 19명, 여성 226명을 포함한 민간인 549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손톱이 뽑히는 등 고문을 당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 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1851년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톨스토이의 말은 2022년인 지금도 유효하다.
 
“설마 내가 전쟁터에 가겠어?”, “설마 핵을 날리겠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얼마나 무책임한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볼 수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을 쉬지 않고 발사하고 있다.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이란 관측이다. 

전쟁은 시작되면 쉽게 끝낼 수 없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주역이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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