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깡통전세'라는 신조어가 낳은 서글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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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9-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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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은행 앞 전세자금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 여파로 주택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떨어지면서다. 조정기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적당한 수준이 좋은 법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다양한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이른바 ‘깡통전세’다. 남는 것이 없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인 ‘깡통을 차다’와 ‘전세(傳貰)’를 결합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깡통전세는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아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전셋집을 뜻한다. 전세 시세보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발생하게 된 일종의 ‘이상 현상’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주택 구매자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들였으나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 그렇게 되면 집값 하락과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까지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결국 집주인이 각종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발생하면 이것이 깡통전세가 되는 것이다.
 
깡통전세는 가격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아파트보다 빌라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 사고가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511건이나 발생했다. 사고액 규모는 1000억원(1089억원)을 넘어섰다.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했고 지난달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최근 국토교통부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369곳 중 319곳(23.5%)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빌라는 주로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데 수도권 읍·면·동 빌라 4곳 중 1곳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피해자는 서민이나 청년 등 취약계층이 많다.
 
문제는 보완 대책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대한주택보증(HUG)을 통해 전세계약 종료 시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전세 사고 이후 HUG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올해 상반기(1~8월) 50건이나 발생했다.
 
보증보험 가입도 어렵다. 2018년까지는 보증보험 이행 거절 건수가 0건이었고 2019년과 2020년 각각 12건, 지난해에는 2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같은 기간 HUG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례가 역대 가장 많았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전세 계약을 맺은 주택의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집주인 측 채무·체납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다.
 
면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내년 1월까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임차인이 전세계약 시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를 모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기로 했다.
 
정보를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임대인이 특약 명시와 정보 제공을 거부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이 해당 주택 매매 또는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고 한다.
 
담보 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최우선 변제금액을 높이는 방안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 관리와 함께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과 법률 상담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국토부는 전세사기로 인해 목돈을 잃어버린 피해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1%대 초저리 자금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세보증금은 목돈이기 때문에 피해를 봤을 때 서민들 삶에 치명적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부동산 조정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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