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매체 "초엔저에 일본 경제 30년 전으로 후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주혜 기자
입력 2022-09-19 15: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EPA·연합뉴스]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으면서 일본 경제가 30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현지 유력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40엔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일본의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0년 만에 4조 달러(약 560조엔)를 밑돌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명목 GDP는 553조엔으로 전망된다. 이를 1달러=140엔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본의 명목 GDP는 3조900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1992년 이후 처음으로 4조 달러 아래를 기록하는 것이다. 

다만 연간 GDP를 환산할 때 적용되는 평균 환율은 현시점에서는 달러당 127엔 정도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140엔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경우 올해나 내년 중 일본 GDP가 4조 달러 아래로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로 본 경제 규모는 거품 경제 붕괴 직후로 (일본 경제가) 되돌아갔음을 보여준다”며 “세계 GDP에서 15%를 웃돌던 일본의 점유율은 4% 남짓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이어 “2012년에는 일본 GDP가 6조 달러를 넘어 독일보다 80% 정도 많았지만, 이제는 독일과 별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학의 명예교수는 “통화 약세는 국력을 저하시킨다”며 “해외에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게 돼 성장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임금도 3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1달러=140엔하에서 일본 평균임금은 연 3만 달러로, 이는 1990년경 수준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에서 일할 매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달러 대비 각국 통화 가치의 하락률을 보면 엔화가 원화보다 더 많이 내렸으며, 달러화 기준으로 본 평균임금은 한국과 비슷하다. 2011년에는 일본의 달러 환산 평균임금이 한국보다 두 배나 컸지만, 이제는 비슷한 수준으로 고꾸라졌다는 설명이다.
 
환율 하락국에는 에너지 가격도 부담이다. 국제 유가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달러 표시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 상승했지만, 엔화로 표시하는 도쿄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은 33%나 더 올랐다.
 
과거 엔저 시대에는 외국인들이 기업의 수익 확대를 기대하며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마저 사라졌다. 엔화 가치가 급락했던 2013년 1~8월에는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을 9조1000억엔이나 순매수했지만, 올해(1~8월) 엔저 국면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액은 2조7000억엔에 달한다. 
 
외국인의 운용 성적을 평가할 경우 사용하는 달러 기준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올해 23%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42%) 이후 가장 높은 연간 하락률로, 해외에서 볼 때 일본의 자산 가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직접 투자와 여행객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기업이 늘어나 전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임금 침체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