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저출산에도 끄떡없는 사회 ..'인구 감소기' 新국가시스템 만들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2-09-15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용하 교수]

2022년 상반기 출생아 수는 12만813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2년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였던 2021년 0.81명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출산율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소 둔감해진 것은 백약이 무효인 상태에 이르러 인구문제에 대한 해답 찾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6년 1.16명을 기점으로 6년째 거침없이 하락하는 합계출산율, 대책은 없는가? 윤석열 정부는 2023년부터 만 1세 아동에 대해 월 70만원, 그리고 만 2세까지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를 도입하고, 2024년에는 이를 각각 월 100만원, 5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내 노동력 부족을 원활하게 해소하기 위한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을 찾고 있는 것이지만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시의적절한 대책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노동력 공급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노동력 공급 부족 국가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실업률은 2.9%로 낮은 편이지만 청년실업률은 6.8%로 낮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그룹에 머물고 있다. 중고령 남성은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청년, 여성, 중고령층의 유휴 노동력 버프(buffer)가 해소되는 2030년대 중후반이 돼야 노동 공급 부족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도 가능하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진화 등으로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면 일자리가 급감할 것을 온통 걱정하고 있으면서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지방의 중소기업과 농어촌 지역 등에서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총체적인 노동력 공급 부족 문제라기보다는 힘든 일은 기피하는 ‘미스매치(mismatch)’ 문제에 가깝다. 따라서 노동력 공급 문제는 현재의 과제가 아니라 향후 15년 내외 이후에 닥칠지도 모르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여하히 충분히 제공할 것이냐가 국정과제이고, 이민청 신규 설립은 지금 당장 서두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인구수는 국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국가별 인구는 중국 14억4421만명, 인도 14억632만명, 미국 3억3291만명, 일본 1억2536만명, 독일 8390만명, 영국 6820만명, 프랑스 6542만명, 이탈리아 6036만명이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 중 인구가 5000만명 넘는 국가는 미국(6만9375달러), 독일(5만788달러), 일본(4만704달러), 영국(4만6200달러), 프랑스(4만5028달러), 이탈리아(3만5585달러), 한국(3만5168달러) 등 7개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5000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국토 면적과 부존자원의 크기다. 우리나라 면적은 10만㎢에 불과하고 그것도 70%가 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구밀도로는 세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국가다.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19.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게다가 부존자원으로 넉넉한 것은 석회석 정도이고 석유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고 경제성이 있는 광물자원도 거의 없다. 이런 환경에서 1인당 GDP 3만5000달러를 달성한 것도 기적이지만 우리보다 약간 낮은 1인당 GDP를 기록하고 있는 스페인의 자연환경과 비교하면 왜 우리 국민은 1인당 GDP 3만5000달러에도 행복한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인구가 늘어나도 마냥 반가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앞서 출산율 하락과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이미 기정 사실화된 미래에 대한 적응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저출산 현상을 막연히 근심하고 걱정하기에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국가 시스템으로 대한민국을 한시바삐 재편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저출산에도 끄떡없는 사회가 된다면 저출산 문제도 없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인구 구조가 전환되면서 인구 확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경제사회 구조를 인구 감소기에 적합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국정과제다. 대표적으로 주택 공급, 필요 SOC 규모, 학교 등 인프라, 교원 수를 비롯한 공무원 수, 병력 규모 등이 모두 조정돼야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 지배를 받아 오히려 확장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또한 인구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도 인구 중립적인 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기득권으로 설명되는 경제적 렌트를 여하히 성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핵심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저출산 대책이라 하면서 이런저런 선심성 예산 쓰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개혁 정책은 지난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세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저출산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생한다. 국가적으로는 저출산-인구 감소-인구 고령화-노동력 감소-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출산에 따른 육아와 교육비는 차치하더라도 일과 여가 양 측면에서 희생할 것이 더 많아 출산의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이미 완수한 중고령 세대와 앞으로 출산을 담당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견해 차이이기도 하다. 출산과 양육 비용을 사회화해서 개인 비용 부담을 없애주면 되겠다고 할 수 있으나 국가 예산으로 투입되는 비용도 청년 세대가 납부하는 세금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왼쪽 주머니 돈 빼서 오른쪽 주머니에 다시 넣어주는 것’ 이상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출산의 주체인 청년 세대 처지에서 ‘역지사지’해야 한다. 출산과 양육이 투입되는 비용 이상으로 편익을 주지 못하면 출산율의 극적인 회복은 이른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렵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