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중 긴장 고조에 한국 반도체 딜레마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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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8-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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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 산업 및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로 인해 한국 반도체 업계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해당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장해서는 안 된다.
 
FT는 “대만의 TSMC와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인 인텔, 마이크론 등 중국에 제조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수 없게 만들라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이 ‘칩(chip)4 동맹’을 통해 한국, 대만, 일본을 결집하려고 하는 만큼, 이들 나라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에서 한쪽 편에 서지 않는 태도를 취해왔다고 FT는 짚었다. 현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에 대한 노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 시장은 중국, 기술은 미국 등 서방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5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를 수출했는데, 이는 2020년보다 26%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미국 케이던스, 시놉시스, 멘토 그래픽스, ASML 등 미국, 일본 및 유럽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로 인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는 최근 7nm(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1미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요 반도체 장비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 비춰, 주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및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현재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선진 공정 장비를 구할 수가 없다.
 
시장조사기관인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인 딜런 파텔은 FT에 첨단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EUV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과거 기술을 사용할 경우 비경제적”이라며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디램(DRAM)을 생산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FT는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딜레마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해 가는 것”이라고 했다.

파텔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외국 기업이 소유한 공장을 포함해 중국에 있는 모든 공장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식으로 미국이 향후 반도체 업계에 대한 압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법률회사 아렌트폭스의 파트너 변호사인 데이비드 핸키는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반도체를 둔 미-중 갈등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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