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장관 취임 100일… 표정 엇갈린 중기‧소상공인과 벤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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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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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속한 손실보전금 집행ㆍ납품단가연동제 본격화 긍정 평가

  • 벤처 분야 성과 미미… 시장 위축 우려 속 지원 대책 내놓는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월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윤석열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정책을 이끄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해 취임 초기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지난 14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납품단가연동제가 이 장관 취임 이후 시행 첫걸음을 뗐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앞으로 갈 길은 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고, 벤처‧스타트업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직후 손실보전금 지급… “숨통 트여” vs “대상 확대”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취임식을 가진 이 장관은 이날로 재임 100일을 맞았다. 이 장관이 실질적인 업무에 착수한 건 공식 취임 이전 주말부터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서둘러 업무를 개시했다.
 
이후 이 장관은 취임 2주 만에 총 23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을 시작했다. 2020년 이후 지급된 7차례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총액의 73%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임에도 미리 준비에 착수한 덕분에 신속한 지급이 이뤄졌다.
 
손실보전금은 신청 후 빠르면 3시간 안에 입금되면서 지급 개시 이틀 만에 전체 지원 금액의 80%가 지급 완료됐다. 그 결과 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신속한 손실보전금 지급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다만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은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지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었거나 기준일 이전에 폐업했다는 이유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소상공인들은 지원 범위 확대를 촉구했지만, 중기부에선 예산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신 이 장관은 현장에서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위로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5월 25일 첫 현장 행보로 찾은 곳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이었다. 이어 6월 3일엔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상점가를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손실보전금 집행 현황을 점검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3일 손실보전금 수령 현장 점검차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홍대 상점가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중기부]

 
“불공정거래 근절, 규제 철폐” 약속… 납품단가연동제 시동
소상공인뿐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과도 만남의 자리를 늘려왔다. 중소기업인과 대화, 중소‧벤처기업 대표들과 간담회, 빅테크 기업인들과 치맥(치킨‧맥주) 자리 등을 꾸준히 개최하며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소통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테크 기업인들과 만나 논의한 ‘벤처‧스타트업 3.0 모델’이다. 이 장관이 구상 중인 이 모델은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과 우아한형제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골목상권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에 이 장관은 벤처‧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의 상생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 장관이 임기 내 목표로 언급한 불공정거래 근절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20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공정거래 근절과 규제 철폐, 두 가지를 임기 내 꼭 (실현)해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납품단가(대금)연동제 역시 이 장관이 언급한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 중 하나다. 이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계약 기간에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 단가에 자동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 처음 입법화가 논의된 이후 원자재 가격 인상 시마다 제도 도입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다만 이 장관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서 제도 도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중기부는 이달 말까지 참여기업 30여 개사를 선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6개월간 시범운영에 나선다.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수‧위탁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특별약정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계에서도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18일 이 장관과 만나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이 장관이 전통제조업까지 폭넓게 이해하고 있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믿고 일해도 되겠다는 신뢰가 생겼다”고 전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흔들’… 지원 논의 속도 낼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월 26일 경기도 판교 소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존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노동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다만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납품단가연동제가 활발한 도입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벤처업계의 숙원인 복수의결권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점에서도 상대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창업자‧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지게 되면 경영권을 잃고 투자자에게 휘둘릴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현재 국회에 막혀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법안을 의결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반발로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이 장관도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도입 논의는 답보 상태다. 이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수의결권과 관련해 “국회를 설득하고 있지만 결국 정치(국회)랑 부처랑 붙으면 정치가 이긴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벤처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점도 이 장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3분기부터는 벤처투자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이 민간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 장관은 투자 시장을 민간 주도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모태펀드 축소 의사를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모태펀드 비중이 아닌 규모 자체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 장관이 1세대 벤처 창업가 출신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 장관도 업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이달 말 소상공인 지원 대책과 더불어 다음 달 벤처‧중소기업 대책을 발표, 지원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달 18일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지난 100일을 돌아본 뒤 “재직 기간 동안 한보든 반보든 전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후퇴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걸어나갈테니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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