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방중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3불(不)'은 한·중 간의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우리 정부가 3불은 물론 기존에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뜻하는 '1한(限·사드 탐지거리 제한)'을 대외적으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1한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중 관계 돌출 변수로 등장한 1限

박 장관은 이날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5시간에 걸친 왕 부장과의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사드 문제 관련해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양측은 사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추가 설명에서 "소위 3불은 우리에게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왕 부장에게 "한·중 관계는 사드가 전부가 아니며 전부가 돼서도 안 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3불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결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그간 우리 정부가 밝힌 사드 입장의 전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1한 갈등'에 불을 붙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앞서 밝힌 '상호 안보 우려 중시 및 적절히 처리 노력' 의미에 대해 우리 정부를 언급, "대외적으로 3불 1한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별도 보도자료에서 "상호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도록 노력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왕 부장은 전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독립자주 △선린우호 △개방공영 △평등존중 △다자주의 등 5가지를 양국이 상호 '응당(應當·마땅히) 견지해야 할' 사항들로 제시했다. 왕 부장이 이를 굳이 재확인한 것은 지금의 윤석열 정부 행보가 한·중 외교의 기본 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회적 경고로 풀이된다. 독립자주는 '한·미 동맹 강화·발전', 선린우호는 '사드 추가 배치', 개방공영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가입', 평등존중(내정 불간섭)과 다자주의(유엔헌장 준수)는 '대만 문제 개입' 등에 대한 우려로 각각 연결된다는 해석이다.
 
◆중국 발표에 없었던 北비핵화 '中역할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차는 분명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로 복귀해 진정한 비핵화의 길을 걷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고 중국도 이에 공감했다"고 회담 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박 장관은 "북한이 끝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단합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추가 제재에 동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중국 발표에는 북핵 관련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가입 문제는 일단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박 장관은 '칩4 예비회의' 참석을 통보하며 "국익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고, 왕 부장도 "한국 측이 적절하게 판단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도 '칩4'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그나마 중국에 우호적인 한국을 지렛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관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관심 사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국 외교부가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한·중 관계 미래 발전을 위한 공동 행동계획'을 제안했고 중국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행동계획은 외교·국방당국 '2+2' 외교안보대화, 공급망 대화, 해양협력대화, 탄소중립 협력 등이다. 양국 외교장관 셔틀 외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 등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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