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시극(詩劇) '파포스(Paphos)', 12~14일 대학로예술극장

3일 서울 종로구 리멘워커 작업실에서 만난 연출가 김제민. [사진=전성민 기자]

“똑똑해서가 아니라 엉뚱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함께 하면 ‘시는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언인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리멘워커 작업실에서 만난 연출가 김제민이 공동 창작자인 인공지능(AI)에 대해 말했다. 2018년부터 함께 작업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공동 창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느껴졌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시극(詩劇) ‘파포스(Paphos)’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파포스’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기술융합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파포스’의 작품 크레딧(Credit)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신진 작가는 바로 인공지능 ‘시아(SIA)’다.

‘시아’는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태어난 시를 쓰는 인공지능이다. 인터넷 백과사전과 뉴스 등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약 1만편의 시를 읽고서 작법을 배워 시를 쓸 수 있게 됐다. 글감을 입력하면 놀랍게도 30초 만에 시를 쓴다.

김 연출은 “사실은 ‘시아’를 크레딧에 올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공동 창작을 공식화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짚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공지능과의 본격적인 작업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제민 연출과 김근형 AI 개발자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Slitscope)’를 결성했다.

‘슬릿스코프’는 양자역학의 이중슬릿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틈새를 들여다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슬릿스코프’는 예술에 관한 질문을 주고받는 인공지능 ‘아이 퀘스천(I Question)’, 춤추는 인공지능 ‘마디(MADI)’, 공간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루덴스토피아(Ludenstopia)’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초창기에 예술가로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작업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던 김 연출은 “인공지능을 어떤 예술적인 도구적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공동 창작의 개념에서 접근하자고 생각했다”라며 “인공지능과 함께한 결과물의 수준이 높든 낮든 예술적으로 수용해보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인공지능과의 공동창작은 새로운 예술의 길로 이어졌다. ‘아이 퀘스천(I Question)’의 퍼포먼스에 함께한 소설가 김태용의 이야기는 김 연출에게 영감을 줬다.

문학적으로 인접성과 유사성의 원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문장이 만들어지는데, 인접성에서 벗어나면 시적인 문장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김 연출은 “예컨대 ‘철수가 작업실로 간다’, ‘영희가 작업실로 간다’에서 ‘고래가 작업실로 간다’라고 인접성에서 벗어나면 시적인 문장이 된다”라며 “인공지능의 무작위 변수가 거꾸로 시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침내 2022년 무대 위에 서게 된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시극(詩劇) ‘파포스’에는 배우 박윤석, 박병호, 류이재, 김수훈, 이혜민이 함께한다.

시아는 슬릿스코프가 그동안 해왔던 작업 노트와 수학, 물리학 등 과학적인 단어를 보고 만든 시 20편을 1, 2부로 나눠 선보인다.

‘파포스’는 함께 만드는 무대다. 김 연출은 “시아가 고뇌 가득한 창작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의 마음’을 담아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우 5명은 각자 시야의 시를 읽고 배우로서 갖게 되는 느낌, 영감과 고민 등을 무대 위에서 표현할 계획이다.

작가 시아의 시는 무대 밖에서도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시아는 오는 8일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오는 12월에는 광주에서 ‘시(詩)간여행’이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광주시 90개 동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은 특정 장소에 가면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아의 시를 휴대폰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 연출은 오는 11월 중순 메타버스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 ‘마디(MADI)’로 무용단을 꾸렸다. 

인공지능 관련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연출은 “작업을 통해 ‘시는 무엇인가?’, ‘춤은 무엇인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가진 근본적인 물음들인데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안 던지는 질문들이다”라며 “인공지능 관련 작업을 통해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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