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는 유연근무 단위 최소 1년...한국은 6개월
  • 정부, 주에서 월 단위로 노동시간 단위 개편 추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노동시장이 법정 근로시간이나 연장 근로시간, 규정 위반 시 처벌 수준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도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 근로시간 유연제를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비교해 근로시간 제도를 1일과 1주 단위로 겹겹이 규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탄력적·선택적 근로 등 유연화 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래픽=아주경제]

미국·일본·독일·영국의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기간은 한국의 두 배인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가능하다. 연장근로시간도 한국은 주 12시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반면 미국은 제한이 없다. 일본과 프랑스는 월 또는 연 기준으로 규정해 업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외국은 한국에 없는 다양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제도를 두고 각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위반 처벌 수준은 오히려 한국이 G5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국 근로시간 제도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근무 방식에 적합한 것”이라며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틀”이라고 전했다.

노동경직성 심화가 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청년층(15~29세)과 고령층(60세 이상)에서 노동 공급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 6월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2020년 1월보다 16.6% 증가했다.

청년층과 고령층 모두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일자리 질을 두고 명암이 갈렸다. 청년층은 유연근무제 도입이 활성화한 산업으로 꼽히는 정보통신(IT) 분야 등에서 사무직 취업이 증가하고 음식·숙박업에서는 고용의 질이 낮은 임시직 일자리가 증가했다

반면 고령층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생산·현장직, 농림어업직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자리 정책 영향은 감소하고 타 연령대에서 중소기업 생산·현장직 기피 현상이 작용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층 유연근무제 선호도를 고려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유연근무제 연착륙을 위한 입법을 주도해야 한다”며 “외국처럼 유연근로시간을 1년까지 늘리고 민간 기업도 관련 제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 품목 연구개발(R&D) 분야에만 적용한 특별연장근로제를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별연장근로제란 현행 주 52시간제도를 최대 64시간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금 구조가 우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연근무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근로자가 업무 성과를 내는 만큼 임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실제로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임금결정현황 조사 결과 노사 간 임금협상에서 결정된 임금 인상률은 최근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 중인 IT산업이 7.5%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이어 건설업(6.4%), 제조업(6.0%), 도소매업(4.8%) 순이었다.

고용부는 “IT업계에서는 기업 실적·성과와 인력 확보·유지가 임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비대면 서비스산업 호황과 우수 인력 확보 경쟁이 업계 임금 인상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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