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 中 탈출하는 완성차 기업들···전기차 시대 실익 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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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8-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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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서 발 빼고 북미에 인적·물적 자원 투자 늘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탈(脫) 중국에 분주하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국의 극심한 자국 우선주의에 과거와 같은 공급망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완성차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맞물려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완성차 기업도 전기차 전환이 상당 부분 이뤄진 중국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등 경쟁이 활발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복안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기민히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 중국 임직원 줄고 북미 임직원 늘어
3일 ‘2022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7만2496명, 해외에서 5만325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2020년 말 기준 국내 7만2020명, 해외 4만9383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이 기간 북미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현대차 고용 규모는 1만304명에서 1만5953명으로 54.8% 늘었다. 대조적으로 중국 내 고용은 1만3159명에서 1만741명으로 18.4%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대권역 체제 개편에 따라 2020년까지 ‘기타’로 분류되던 중남미 인력이 지난해부터 ‘북미’로 분류됐다”면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의 현지 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미에서 3000명 수준의 고용 순증이 이뤄진 것은 단순히 대권역 체제 개편만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  

현대차는 지난 5월 2025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올해 4월에는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의 전기차 라인 증설에 3억 달러(약 3936억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광폭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도 오르는 등 ‘제값 받기’가 시작된 반면 중국에서는 브랜드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며 “현대차로서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제값 받기나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한 뒤 중국이나 인도 등을 공략하는 방법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2일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텔란티스, 중국 공장 폐쇄...자동차 기업 ‘탈(脫) 중국’ 현실화하나
최근 완성차 주요 업체인 스텔란티스의 탈중국 선언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스텔란티스는 자사 브랜드 지프(Jeep)의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의 합작투자를 12년 만에 종료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에 정치적 개입이 늘고 있다는 점을 현지 공장 폐쇄의 이유로 언급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가 향후 전기차 전략의 방향성 측면에서 중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측면에서 스텔란티스가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용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지정학적으로 부품 수급과 공급에 최적화한 곳을 찾겠다는 복안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전기차 브랜드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상황이기에 자칫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북미에 배터리 생산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번 탈중국 행보를 암시했다. 올해 초에는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이치자동차 등과 합작으로 세운 텐진의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美 주도 공급망 재편...2025년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발효
자동차 업계의 시각에서는 규모가 크면서도 중국보다 비교적 ‘해볼 만한’ 미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2025년 발효 예정인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도 완성차·부품을 가리지 않고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USMCA에 따르면 향후 완성차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결국 초기 시장 선점, 관세 리스크 회피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북미행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업계는 북미 이동에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현지 생산공장 구축을 공식화했으며,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포스코인터내셔널, LS이모빌리티솔루션 등도 멕시코 내 전기차 부품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결국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맞춰 미국이 자동차 공급망을 재편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북중미로 모여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호근 교수는 “중국의 경우 전기차 내수시장에 대한 지원 정책이 상당히 폐쇄적이라 기업들이 보조금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거대한 내수 시장 규모와 달리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소홀히 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관세 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미국으로 간다”며 “투자를 통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왼쪽)와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합작법인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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