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영상편집 앱 '블로', 구글도 인정한 편리함으로 미국 시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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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8-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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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립 7년차 비모소프트, 아시아 넘어 글로벌 진출

  • 이경현 대표 "잘 몰라도 쓰기 쉬운 앱 개발 집중"

  • "연내 전문가용 앱 신제품 출시…어도비 잡겠다"

  • 무료 버전 광고 노출 최소화…"매출보다 사용성"

  • "美 MS처럼 정통 SW 개발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

이경현 비모소프트 대표 [사진=구글플레이]


편리한 사용법으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유튜브 투자 제의까지 끌어낸 모바일 영상 편집 앱 '블로(VLLO)'가 올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블로를 만든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 비모소프트의 이경현 대표는 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올해 고급 기능을 탑재한 전문가용 편집 앱을 추가로 선보이고 영상 편집 도구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인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내용.

-비모소프트 창업 스토리와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비모소프트는 동영상 편집 앱을 만드는 회사로 제가 2015년 9월에 두 번째 창업한 기업이다. 앞서 사진 편집 앱을 만드는 첫 회사를 창업했는데 사업이 잘 안됐다. 당시 TV에서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나 '해골' 같은 게 표시되는 것을 보고 영상에 이런 스티커를 넣을 수 있는 편집 앱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스티커 앱 시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잠깐 사람들 관심을 모았는데 곧 사그라졌다. 고민하다 2017년쯤 정통 영상 편집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튜브 급성장세가 나타날 때였는데 영상 편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는 앱(블로)을 만드는 데 집중해 현재까지 이 방향을 유지하면서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앱의 최대 강점과 출시 후 그간 거둔 성과가 궁금하다.

"스마트폰 사용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에 대해 깊게 공부했다. 이 분야에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이론 연구가 많이 돼 있더라. 비모소프트의 기술력에 자신이 있지만 블로가 UI·UX 관점에서 누구나 쓰기 쉽게 만들어진 앱이라는 것에 좀 더 자부심을 느낀다. 블로가 시중의 (모바일 기반) 영상 편집 앱 가운데 가장 쓰기 쉽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블로의 월평균 사용자 수(MAU)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300만명, 요즘은 250만명 수준이고 매일 이 앱으로 영상 콘텐츠 25만개 정도가 만들어진다. 블로를 출시한 이래 누적 다운로드 수 3500만건을 기록했고 누적 매출은 올 상반기까지 150억원을 넘겼다."

-글로벌 진출 등 회사 성장 전략은.

"한국에선 마케팅 채널을 활용하고 인지도를 높였다고 생각해 해외 시장도 함께 바라보고 있다. 2019년부터 2년 정도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태국에도 진출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진출한 국가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이제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시장 규모가 크지만 그만큼 돈도 많이 들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앱 테스트를 수행하면서 내부 디지털마케팅팀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비용과 기간을 많이 들인 편이다. 일반 IT 솔루션 시장처럼 한국 대비 월등히 크진 않지만, 한국보다 절대 인구 수가 많으니 관련 시장이 더 커지길 기대하고 있다."

-앱의 주 이용자 특성과 수익원은 어떻게 되나.

"사용자들이 편집하는 영상 평균 길이는 3분 정도 된다. 비교적 고성능인 아이폰 사용자들이 편집하는 영상 분량이 10분 이상으로 더 길다. 아이패드로 영상을 편집하는 분 중에 1시간 이상 분량 영상을 편집하는 분도 있다. 반면 안드로이드 기기는 고성능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쓰는 분들만 있는 게 아니라 보급형 단말기를 쓰는 어르신들(고령층) 또는 초등학생(유·소년층)들이 숏폼 콘텐츠 편집에 쓰기도 하는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앱에서 유료 결제를 거치면 영상에 모자이크를 적용하거나 다른 영상을 삽입하거나 저작권 없는 배경 음악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모델로 매출 90%를 얻고 무료 버전 광고 노출로 10%를 얻는다."
 

비모소프트 영상 편집 앱 '블로(VLLO)' 사용 장면 [사진=구글플레이 앱 홍보영상 갈무리]


-광고 노출 방식을 함께 쓰는데 사용성에 문제는 없나.

"사용자가 블로를 사용해 영상을 편집하는 도중 광고를 보더라도 크게 성가시거나 불편을 느껴 편의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무료 버전 앱에서 광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배너 광고는 아예 표시하지 않고 있다. 영상 편집 중 (사용자가 앱을 제어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추출' 단계에 시간이 비교적 많이 걸리는데 이때 광고를 노출하도록 만들었다. 지금보다 광고를 더 많이 표시한다면 매출을 몇 배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에게는 높은 사용성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지금과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이나 투자 이력 등 재무적인 상황은.

"이제까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19년 10월에 20억원 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그 해 업계에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이 여러 곳에서 왔다. 그중 한 곳(미래에셋벤처투자)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그 해 흑자 전환했고 최종적으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당시 한 구글 유튜브 본사 소속 임원으로부터 지분 투자나 협업 등을 논의해 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이후 (구글코리아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주관하는 한국 앱·게임 개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원금 1억원을 받아 인재 채용 등에 활용했고 '구글플레이' 마케팅 최적화와 TV 광고를 통한 홍보 기회 연결 등 여러 도움을 받았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글로벌 유통 채널의 장점을 들자면.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해외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려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앱 장터를 이용하면) 결제부터 정산까지 모두 알아서 처리되고 개발자는 개발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여기에 워낙 많은 앱이 나와서 개발자가 어느 정도 마케팅도 하고 신경 써야 할 게 좀 늘었지만, 여전히 앱 등록할 때 출시 지역을 '전 세계(worldwide)'로 선택하면 곧장 모든 나라에서 배포와 수익화가 가능하다. 앞으로 앱 검수 장기화, 유료 기능을 무단으로 개방한 '크랙' 버전 유통 등 문제만 좀 더 신경 써 주면 좋겠다. 양대 마켓뿐 아니라 지역별로 앱을 여러 벌씩 출시하고 관리하면 업데이트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리소스와 인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올해 목표는.

"창업하고 올해 1분기까지는 개발에 몰두해 왔고 마케팅은 '입소문'에 의존했다. 앞으로는 직접적인 마케팅을 통해 우리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고급 기능을 탑재한 상급자용 영상 편집 앱 '블로 어드밴스드(가칭)' 출시를 앞두고 추가로 홍보할 필요도 있다. 이 앱은 최소기능제품(MVP)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내부 테스트를 진행해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빠르면 11월, 늦어도 연내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앱(블로)보다 고급 기능을 원해 떠난 사용자를 붙잡고 현업 전문가가 포진한 영역에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잡자'는 생각이다. 올해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 이후 매출 규모를 200억~300억 수준으로 확대한 뒤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도 직원 초봉 기준을 5000만원으로 맞추고 자율 출퇴근과 탄력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마케팅도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회사 인지도가 낮다 보니 최근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정통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구하는 회사로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현재 IT 업계에서 유명하고 주목받는 회사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비스 회사'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순수하게 (제품으로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미국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듯이 한국에 비모소프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
 

이경현 비모소프트 대표 [사진=구글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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