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역사 톺아보기] 당헌·당규 해석 두고 반복되는 '내부 충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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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2-08-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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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힘, 오전 비공개 최고위 시작으로 릴레이 '회의' 시작

  • 한나라당도, 대선 이후 민주당도 당헌·당규 이견 있었다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사퇴하며 "조속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배현진 의원에 이어 조수진·윤영석 의원도 비대위 전환을 위해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생긴 당내 파열음을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 체제로 돌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앞에는 이준석 대표의 당 중앙윤리위원회 중징계 결과 이후 생긴 당 지도부 권력의 공백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시작으로 초·재선 간담회와 중진 간담회를 공지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오후 3시 의원총회까지 열며 당 혼란을 수습할 권력 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與, 비대위 체제 돌입 두고 당헌·당규 해석 이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해 비대위를 둘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 대표 상황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이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 대표에 대해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이끌어왔다.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이 아니라 직무대행을 맡아 왔던 것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당헌 제 96조 3항에서는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정해놨다.

당 일각에서는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는 '사고' 상태이고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이어서 비대위 체제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 9명 전원 사퇴를 최고위 기능 상실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최고위원 중 과반이 사퇴하면 상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최고위의 기능을 상실시키기 위해서 다 한다고 해도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사실 비대위로 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리 당헌·당규상 그렇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당대표 또는 권한대행"이라며 "직무대행인 권 원내대표는 (권한이) 없는 거다. 그다음에 두 번째는 이 비대위로 가는 것이 법원에서 보면 꼼수로 보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명하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비대위로 가려고 해도 이걸 임명할 주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거(비대위)는 갈 수 없고 현실적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것 자체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대위가 갈 수 없음을 다 인지하고 있는데 마치 본인들께서 줄줄이 사퇴, '나는 몰라' '결과는 책임 안 져' 하면서 사퇴하는 것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 5일 동인동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되풀이되는 당헌·당규 해석의 '내부 충돌' 역사

당의 권력 체제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해석을 두고 권력을 둘러싼 자들의 이견은 되풀이되어 왔던 역사다.

대표적으로 한나라당 당시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두고 불거졌던 '최고위원 총사퇴'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기능 상실'의 사례를 한나라당의 예시에 빗대어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2011년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사퇴,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 등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렸다.

홍 대표를 비롯해 당시 한나라당의 최고위원 자리에는 유승민 전 의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이 있었다.

당 혼란이 가중되자 당시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 3인이 동반 사퇴했다. 사퇴 이후 나경원 최고위원이 남았지만, 나 최고위원은 당시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당무를 중단한 상태였다.

이후 홍 대표까지 사임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는 사실상 와해됐다. 이후 한나라당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고, 비대위원장 자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맡았다. 이 때문에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최고위 전원 사퇴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상대 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대위 체제와 비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렸던 적이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10일 총사퇴했다. 이후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고, 윤호중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윤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합당하느냐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지도부 궐위 시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고 규정한 당헌·당규를 이유로 당시 원내대표였던 윤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맞다는 의견과, 대선 패배의 책임이 일부 있는 윤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월권'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민주당은 윤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빠르게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섰기 때문이다. 
 

윤호중·박지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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