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스포츠] ② "e스포츠 시장 세계 무대 내다봐야" 마틴 김 젠지 최고수익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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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2-08-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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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다저스, MLB 사무국 등에서 국제 마케팅 담당

  • e스포츠 업계에 들어선 이후 신규 사업모델 발굴

  • 단순 구단 운영 넘어 파트너십, 교육사업 등 추진

마틴 김 젠지 이스포츠 최고수익책임자 [사진=젠지 이스포츠]

e스포츠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경쟁, 규칙, 관중 등 프로 스포츠가 갖춰야 할 주요 요소를 모두 갖췄으며, 인기 스타와 팬까지 형성됐다. 특히 오는 2023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e스포츠 업계도 기존의 스폰서십 등의 모델을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팬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다.

마틴 김 젠지 이스포츠(Gen.G eSports, 이하 젠지) 최고수익책임자(CRO)는 그간 전통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해왔다. 지난 2019년 3월, 젠지에 합류한 마틴 김 CRO는 이러한 경험을 e스포츠 분야에 접목하면서 구단의 브랜드화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젠지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
"쉽게 말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일이다. e스포츠는 방송, 굿즈, 관중 등 다양한 기회가 있으며, 구단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젠지는 게임 시장이 활성화된 한국, 중국, 미국 등에서 시장 특성에 맞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LA 다저스와 MLB 사무국에서 어떤 일을 했나?
"처음 LA 다저스에서 맡았던 업무는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였다. 하지만 사업 개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있었으며, 한국, 대만, 일본 등을 방문하면 현지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가져와 사업화를 기획하기도 했다. LA 다저스는 이러한 사업가 마인드를 높이 평가했다.

LA 다저스는 국제적인 브랜드다. 때문에 해외 사업 개발 계획도 많았는데, 여기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특히 2013년 류현진 선수를 영입하는 국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후 마케팅과 함께 류현진 선수의 현지 통역도 맡았다.

국제 마케팅을 맡은 5년간 LA 다저스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 해외 매출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 때문에 MLB 사무국에서 모든 리그 차원에서 국제 마케팅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2년 반 동안 일했다."

-전통 스포츠에서 e스포츠 업계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프로야구 업계에서 8년 이상 일하면서 관중의 연령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산업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려면 젊은 세대가 유입돼야 하는데, 전통 스포츠 분야는 이러한 사이클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오늘날 많은 서비스는 디지털로 옮겨가는 추세며, 게임 역시 이러한 산업이다. e스포츠에 몸담는다면 향후 10~20년간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젊은 세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현재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젠지에 입사할 당시 미국에서 e스포츠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였다. 미국 역시 e스포츠가 기존 프로 스포츠와 굉장히 비슷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기존 업계 인재를 영입하던 시기다.

프로야구 업계에서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은 사업 개발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e스포츠 업계가 어떻게 사업을 펼치면 실패하는지 잘 알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했던 성공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다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일례로 야구라는 종목 자체는 지식재산(IP)이 없는 반면,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는 게임은 개발사가 IP를 가지고 있다. 즉 주도권이 개발사에 있기 때문에 구단만 만드는 것으로는 e스포츠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큰 차이다. 과거 게임사가 주최하는 e스포츠 경기가 단순 이벤트성 마케팅이었다면, 이제는 게임 IP를 활용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LCK(한국 프로리그), LPL 등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를 운영하면서 엄청난 산업적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은 개발사와 구단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는 추세다. LCK를 예로 들면 젠지, SKT T1, DWG KIA 등 인기 팀이 많다. 인기 구단이 빠지면 리그의 재미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자오락 취급받던 게임이 문화 장르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전히 게임을 어린이가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업계로 넘어와서 선수들의 수준을 보고 많이 놀랐다. 전략을 빠르게 짜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일반인과 비교해 지능이나 순발력이 높다는 의미다.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을 일반인이 보고 환호하는 것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하는 일반인도 프로의 경기를 보면서 전율한다.

온라인 방송 플랫폼의 성장과 투자 확대 역시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고 느꼈다. 한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e스포츠 경기를 중계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 PC방 문화가 본격화되면서 게이머 사이에 상품을 걸고 대결하는 문화도 있었다. 하지만 e스포츠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관중이 볼 수 있는 중계권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트위치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가 맡았으며, 이를 통해 e스포츠 문화가 지역대회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가?
"경기에 채택된 게임 개발사의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자사의 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를 들어서 올림픽 개최마다 특정 국가에서 개발한 게임을 채택하는 방식 등이다.

또 나라마다 관심 있거나 잘하는 게임도 다르다. 예를 들어 한때 오버워치 프로리그에서 한국인 선수 비중은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특정 종목의 메달을 휩쓸어가는 것은 재미를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해외 용병을 넣는 등 여러 방식을 도입해 재미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e스포츠 진흥정책에 대해 젠지는 어떻게 맞춰갈 계획인가?
"우리는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예상하고, 기회로 내다봤다. 때문에 우리는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를 설립해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e스포츠 선수 육성, 게임 산업으로의 취업 등을 지원한다.

우리가 더 큰 기회를 본 것은 게임을 통한 유학이다. 미국은 250여개 대학에서 프로 게임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장학제도 역시 생기는 추세다. 젠지는 아카데미를 통해 영어 능력, 프로 트레이닝, 미국 정규 고교과정 연계 등을 지원하며, 프로 데뷔와 동시에 미국 대학 팀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지난해 우리는 45명을 교육했고, 이 중 13명이 올해 졸업해 미국 대학 팀에 들어갔다. 사회적 시선 등으로 한국에서 프로 게이머를 꿈꾸기 힘들었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 셈이다.

우리 아카데미의 모토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향후 젠지의 사업 전략과 계획은?
"젠지는 현재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 수준의 e스포츠 구단이 스무 개 정도 있는데, e스포츠 구단 자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존 사업 방식은 유명 구단을 가지고, 마케팅과 스폰서를 받는 정도였는데, 이는 비즈니스적으로 수명이 짧다. 때문에 많은 구단이 자신의 브랜드를 내걸고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추세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단 IP를 활용한 상품을 기획하면서 앞서가고 있으며, 단순한 스폰서십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해 외부 브랜드와 상생하고 있다. 특히 e스포츠는 한 지역이 아닌 세계 시장을 봐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 세상은 계속 좁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LCK의 팬을 보면 외국인도 많다. 이런 국제적 관심을 통해 건강한 이벤트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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