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 프로듀서’.

몇 년 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도입했던 선발 방식이다. 아이돌 연습생 101명이 출연해 경연을 펼치는 동안 매주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득표 수를 기준으로 멤버 11명을 뽑아 그룹을 결성했다. 시청자는 국민 프로듀서가 돼 자신이 데뷔시키고자 하는 연습생에게 투표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투표가 과열되면서 국민이 직접 아이돌을 뽑는다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일부 팬들은 본인이 응원하는 특정 연습생에게 투표하고 이를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거액의 선물을 주는 자체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프로그램 제작진까지 투표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도입 초기 신선함으로 주목받았던 인기투표 방식은 씁쓸한 뒷맛만 남기게 됐다.
 
인기투표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최근 정부가 국민제안을 투표에 부치면서다. 국민 프로듀서가 아닌 국민이 대상이며, 이들이 정부에 건의한 ‘정책’이 투표 안건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국민제안 톱10’ 정책 투표를 진행한 뒤 호응이 높은 3건을 선정해 정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라온 투표 안건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이해 당사자들 간 갈등이 첨예한 중대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논쟁과 설득 과정도 없이 인기투표로 의견을 수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업종 간 지불 능력 차이가 현격한 만큼 업종별 최저임금도 다르게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마다 차등 적용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계 반대에 부딪쳐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대형마트 업계와 전통시장‧소상공인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측은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며 폐지를 통해 온라인 쇼핑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이익 극대화로 골목상권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생존과 직결된 사안을 투표에 부치는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에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 정책과 관련해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정책 결정자는 마우스 클릭으로 결정되는 온라인 투표가 아니라 오프라인 현장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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