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턴하는 원자재 가격] 경기침체에 소비 뚝···기업들, 원자재 가격 내려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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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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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연일 급등해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됐던 원자재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로 수요가 둔화된 데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투자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출원가 개선이라는 순기능보다 소비·투자 위축을 동반하는 역기능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를 1차적으로 가공하는 철강·정유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저하가 현실화되고 있다.

◆매출원가 개선보다 수요 위축 역기능

27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국제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톤(t)당 100달러 선을 하회했다. 지난 22일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t당 98.1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3월 159.79달러에서 4개월여 만에 38.56% 줄어든 수준이다.

아울러 현재 가격 수준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철광석 가격은 2020년 1월 말 95.47달러에 거래됐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6월 100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5월에는 226.46달러로 정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영향이 잦아들던 지난해 하반기 다시 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해지면서 다시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티타늄은 t당 8만 달러 이상에서 거래됐지만 이달 7만8000달러로 가격이 떨어졌다. 이는 2020년 1월 말 7만900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도 2513달러 고점에서 2005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이 역시 2020년 1월 2027달러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동도 7448달러에 거래돼 코로나19 직전가인 6276.5달러에 가깝다. 알루미늄도 2460달러로 고점인 3984.5달러보다 코로나19 직전가인 1870달러에 근접해 있다. 

원유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2일 기준 배럴당 9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100달러를 상회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다만 2020년 1월 63.05달러에 거래된 것보다는 아직 가격이 높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글로벌 전반적으로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경기 변동의 영향으로 갑작스레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원자재 가격 하락이 호재지만 지금은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신호로 보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급락해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내려도 제조업은 '울상'

올해 상반기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급락하는 호재가 발생했지만 제조업 관계자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반기보다 적은 규모의 원자재를 구매하면서도 비슷한 대가를 지급해야하는 탓이다.

문제는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제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출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고환율과 고금리에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빠지게 된 형국이다.

산업권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은 원자재 가격 하락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해 상반기 대비 급등한 영향이다.

지난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07.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55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52.6원(13.21%) 오른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원자재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3월에 1220원 안팎에서 거래된 것과도 87.6원(7.18%)가량 차이가 난다.

이는 국내 수출기업 상당수가 달러로 원자재 구매 대금을 결제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거래의 결제 통화 비중에서 달러화 비율이 80.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원·달러 환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대금 결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자재 구매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이 달러화로는 이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도, 달러화로 환전하는 데 더 많은 한화가 필요한 탓이다. 이에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달러 강세 국면이라면 원가 절감 효과가 제한되는 영향이 있다.

다만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국내 기업의 수출 제품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국내 수출기업이 158만6000원으로 가격을 설정한 제품이 있다면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일 때는 해외에서 1300달러가, 1300원일 때는 1220달러가 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변화 없이 80달러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얻는 셈이다. 실제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 수출기업의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더라도 이를 구매할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위축되면 실적이 오히려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크게 연관이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1.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고금리 상황이 되면 가계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져 소비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 연준이 단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달에는 국내 수출액 규모는 576억 달러로 지난 5월 616억 달러 대비 6.49% 줄었다.

원자재 수입에서 호재는 미미한데 제품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면 국내 제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한동안 '보릿고개'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고환율·고금리·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에서 당장 빠져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그동안 세워왔던 미래 투자 계획도 전면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환율 영향에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상쇄되고 고금리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제품 수출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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