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떠나는 일본 여성들…"지방, 성차별 너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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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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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젠더 격차 지수 116위…G7 중 꼴찌·동아시아서도 하위권

  • 일본, 양성평등 후진국…젠더 격차 지수 하위권

지난 6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참의원 선거 후보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일본 젊은 여성들이 성차별이 심한 지방을 벗어나 도쿄로 상경하고 있다. 여성들이 떠나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등 성차별 문제가 경제·사회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양성평등 후진국, 일본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젠더(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2)'에서 일본의 젠더 격차 지수는 전 세계 146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전년(156개국 중 120위)보다 순위가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더구나 순위가 오른 것은 조사 대상국이 전년 156개국에서 올해 146개국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젠더 격차 지수는 각국이 양성평등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WEF는 2006년부터 경제, 교육, 보건,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나라별 성별 격차를 수치화해 매년 순위를 발표한다.

지수는 0이 완전히 불평등한 상태를, 1이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뜻한다. 한 예로 일본은 이번 조사에서 기업 내 관리직 여성 비율을 지수로 따지니 0.152에 그쳤다. 기업 임원까지 오른 여성이 매우 적다는 의미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미국(27위), 영국(22위), 프랑스(15위) 등에 비해 일본 순위는 한참 뒤떨어진다. 동아시아로 좁혀도 역시 하위권이다. 한국(99위)은 2020년부터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수가 공표되기 시작된 2006년에는 일본이 한국 순위를 앞섰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베트남(83위), 캄보디아(98위), 중국(102위) 등 여타 나라에 비해서도 뒤처져 있다. 일본은 경제 규모로는 선진국이지만 양성평등에 있어서는 후진국인 셈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이 매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이유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당수 선진국은 남성 중심 구조를 손보고 있다”며 “선거 입후보자나 기업 임원 등 요직에 여성을 할당하도록 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임금 격차를 공표하도록 요구하는 나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선거에서 남녀 후보자 수를 균등하게 하도록 하는 정치 분야 남녀 공동 참여 추진법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니다. 또한 올해 7월부터 대기업에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린 조치다.
 
특히 일본은 정치 분야에서 성차별이 심하다.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9.7%에 그쳤다. 바로 직전 선거(10.1%)보다 여성 비율이 줄었다. 이달 10일 치른 참의원 선거에서는 여성 당선자 수가 35명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당선자 중 여성 비중이 28%로, 2019년 선거 때보다 5.4%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일본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참의원과 중의원 등 모두를 합한 전체에서 15%에 그친다.
 
경제 분야도 문제다. 일본에서는 ‘등용하고 싶지만 적합한 여성이 없다’ ‘여성은 리더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이번 참의원 압승으로 향후 주요 선거가 없는 ‘황금 3년’을 누리게 된 만큼 여성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제도나 정책을 갖추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는 노답” 일본 여성들 지방 탈출
일본 각 지자체는 심각한 인재 유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화가 폐쇄적이고 남존여비 문화가 여전한 지방이 인재 유출 문제에 신음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도시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자체는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슈경제연합회는 올해 1월 독자적인 '규슈 젠더(성) 격차 지수'를 발표했다. WEF ‘젠더 격차 지수’를 참고했다.
 
아키타현은 올해 4월 1일 다양성 조례를 제정했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 나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아키타현은 전국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다. 젊은 여성의 유출이 계속되고 있고, 15세 미만 어린이 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낮다.
 
사타케 다카히사 아키타현 지사는 올해 2월 의회에서 “젊은 세대나 여성이 유출되는 배경에는 주위의 과도한 간섭이나 성 역할 고착화 등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의식 개혁을 호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하는 여성이 많은 후쿠이현도 여성의 행복도가 높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후쿠이신문이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끝없는 집안일은 여성 몫' '왜 일을 그만두고 시부모 병간호를 하지 않느냐는 질타 만연' '직장에서는 여성이 커피를 타는 게 당연' 등 성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상황이 이러니 그나마 성차별이 덜한 일본 수도 도쿄로 여성들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전입 초과 수’를 보면 도쿄도는 플러스 추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방은 전출 초과 상태다. 젊은 여성들이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도쿄로 상경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올해 3월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할 예정인 여학생 1007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여성이 기업에서 활약할 전망이 없다고 느껴 채용이 확정됐더라도 입사를 포기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21.1%에 달했다.
 
‘여성 활약을 전망할 수 없다’고 느낀 이유(복수 응답)로는 ‘산후 계속 일하고 있는 여성이 적다’가 40.1%로 가장 많았고, ‘희망 부서에 여성이 적다’(36.8%)가 뒤를 이었다. 전형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6.1%나 됐다.
 
취직 활동 지원 등을 다루는 하나마루 커리어 종합 연구소의 우에다 아키미 대표는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성차별을 실감하지 못한 여학생이 많다”며 “입사 전 해당 기업이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쿼터제 도입해야"
일본에서는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프랑스는 2017년 기업 이사회 구성원 중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대기업 남녀 임금 격차, 남녀 승진 비율 차이 등 5개 지표를 점수화하고 일정 기준을 밑돌면 3년 이내에 시정 조치에 나서도록 한다.
 
유럽연합(EU)과 유럽의회는 최근 역내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의무 할당제에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 투자자들은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의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하는 식으로 행동한다”며 “EU가 전체 이사 중 3분의 1 이상 등 일정 비율로 여성을 등용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합의한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쿼터제나 벌칙 규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정체는 계속된다”며 다양성은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 만큼 인재가 모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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