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주경제DB]

"시가총액을 살펴봐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와 계열사 사장단에게 내린 특명이다. 단순하게 주가를 부양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재계에선 사장단에게 묵직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재계 5위인 롯데의 위상이 흔들린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재계 4위와의 격차는 갈수록 더욱 벌어져 롯데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신 회장이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시가총액을 제시한 것도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계산이 깔렸다. 향후 차세대 먹거리를 통한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춰 4대 그룹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독한 발언 없었다...자유로운 분위기 속 중장기 전략 논의

16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진행된 '롯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 분위기는 살벌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차분했다.

이번 사장단회의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신 회장의 자리였다. 그동안 사장단 회의를 하면 신 회장은 당연히 회의장 맨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뒷좌석으로 옮겼다. 신 회장 본인이 회의를 주도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4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VCM'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VCM은 새로 선임된 HQ장들이 처음으로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며 "그만큼 CEO들이 중장기 사업 해법을 고민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회장님께서 유연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HQ체제로 개편한 것은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우리 조직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역할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 구조로 탈바꿈해야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 회장이 내놓은 VCM 메시지의 큰 줄기는 '위기'와 '변화'로 요약된다. 신 회장은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단기적인 실적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변화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좋은 회사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고 정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언급했다. 

◆시가총액 강조한 까닭은?

이처럼 신 회장이 시가총액(시총)을 강조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총은 롯데의 위기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시총은 상장한 계열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자본시장에서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롯데는 자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내 상장한 계열사 11곳의 시총 규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바닥을 찍었다. 실제로 롯데의 시총은 2015년 25조2643억원에서 2020년 16조1380억원으로 5년 사이 10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비율로 따지면 36% 급감했다. 이후 회복 추세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올해 7월 1일 기준으로 롯데의 시총 규모는 21조336억원이다. 2015년과 비교하면 1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총 1위인 삼성그룹(515조520억원)과 비교하면 25분의1 수준이다. 국내 5대 기업(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가운데 롯데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도 반토막 났다. 이달 1일 기준 국내 5대 그룹의 시총 규모는 864조7862억원이다.

이 중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2015년(4.3%)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4대 그룹과의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카카오의 무서운 상승세와 비교하면 롯데의 현 위치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달 카카오의 시총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섰다. 재계 5위인 롯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50위 안에 드는 롯데 계열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시총을 보유한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날 SK스퀘어에 이어 56위를 기록했다. 패션기업인 F&F(59위)와 불과 3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F&F의 지난해 매출액은 5632억원에 그친다. 

100위권 안에도 롯데지주(86위) 1곳밖에 없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108위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신 회장이 시가총액을 강조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현재 재계 5위이긴 하지만 시총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며 "오너 입장에서는 예전 시총에 비해 현재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고 각성하라고 사장단에 경고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표=에프앤가이드]


◆차세대 먹거리 성공에 '사활' 

시총 규모를 결정짓는 것은 '미래 성장성'이다. 주가의 등락은 시총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특징 때문이다. 단기적인 영업 실적보단 미래 성장성을 두고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을 살펴보라는 걸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시가총액은 주가를 올리라는 얘기이지만 주가는 단기적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지표이기도 하다. 당장 매출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으로 인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롯데가 시총을 상승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 롯데의 기업 명운을 가를 열쇠인 셈이다. 

롯데는 코로나19 이후 삼성·LG 등 국내 4대 기업에 비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롯데 신동빈호(號)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달 롯데는 바이오 등 핵심 산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37조원 가운데 41%가 신사업과 건설, 렌털, 인프라 분야에 투입된다. 우선 바이오 사업이 포함된 헬스&웰니스 부문에서는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공장을 짓는 데 약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유통사업군에는 8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점포의 리뉴얼(재단장)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창고형 할인점 맥스,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등 특화매장 확대에 1조원을 투자한다. 호텔 사업군은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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