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공포] 위기마다 방패막 '한·미 스와프' 필요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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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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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오후 3시 30분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야 원·달러 환율 불안이 진정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빌리는 계약으로 일종의 ‘비상용 마이너스통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 단행했지만, 환율 급등세는 막지 못했다. 15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13년 3개월 만으로 종가 기준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장과 동시에 연고점을 뛰어넘은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장보다 5.9원 오른 1318.0원에 개장하자마자 약 7분 만에 1320원대로 뛰어올랐다. 이후 1320원을 밑도는가 했지만 다시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고 1322.4원까지 올랐다. 지난 12일 기록한 연고점(고가 기준 1316.4원)을 3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한은 빅스텝 무용지물···美 울트라스텝 우려에 강달러 폭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300원 선은 그동안 외환·금융위기의 신호로 여겨져 온 만큼 국내 경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미 연준의 가파른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넘는 9.1%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울트라스텝(한 번에 1.00%포인트 인상)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임박한 점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해 원화 약세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자금은 6월 들어 18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상태다. 과거엔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채권 자금이 유입됐지만, 최근 여건은 이전과 달리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고환율의 지속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높아진 물가 수준을 더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은 0.1%로 낮아진다.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그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 심리적 저항선인 1350원 선까지는 환율 상단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 성장세가 더 악화할 경우 환율이 1370원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과거 저점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0∼1370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스와프 필요성 급부상···“만병통치약 아냐” 시각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 방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카드가 재차 힘을 얻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후 환율 불안이 진정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경험담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방한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는 일정을 두고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물꼬가 트일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고환율 고물가 방어를 위해 (통화스와프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넉 달 새 235억 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주최한 ‘민·당·정 토론회’에서 김형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예를 보면,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장의 안정성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 급등이 위기 회복의 계기가 됐다”며 “현재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통화스와프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연준과 한국은행 간의 차원이 아닌 경제안보, 동맹강화, 미국으로의 반도체 투자 확대 등과 연계해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말한다. 환율 안정에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연준과 상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유럽·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 통화의 경우 올해 원화보다 더욱 큰 폭으로 절하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통화별 절하(통화 약세)폭은 엔화는 -15.4%, 파운드는 -11.1%, 유로는 -10.4%인데 원화는 -8.6% 수준이다.

아울러 한·미 통화 스와프의 경우 우리의 의지만으로 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체결했던 두 차례의 통화스와프 역시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연준의 주도로 주요 신흥국들과 함께 동시에 이뤄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과거 한·미 통화 스와프는 주요 신흥국들의 물가 안정을 위한 차원에서 체결된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만의 통화 스와프는 별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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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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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도대체 돈은 어디다 놔두고 매번 이지릴이신지?
    외환 보유고는 대체 뭐하는 건지?
    4천억 달러가 부족하면 두배로 늘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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