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후폭풍] "예·적금 느는데 대출은 점점 감소"... 금리상승기에 웃지 못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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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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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투' 열기 식고 금리 오르자 신용대출 갚아

  • 정부·국회 압박에 대출금리 올리기도 눈치

7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를 넘어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는 예대금리차로 수익을 올리는 은행권에 호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속도로 인상되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신용대출을 받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이들이 대출을 갚고 있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을 줄이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대출금리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늘었지만 증가폭은 둔화...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늘었지만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늘었으나, 5월에는 4000억원, 6월에는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늘었다. 2021년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조7000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소폭 늘었으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크게 줄었다. 기타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자산 가격 상승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었으나,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여파로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금을 빼 대출을 갚은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세를 지속했고, 신용대출은 증시 등 자본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대출 증가율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혀, 연말에 기준금리가 2.75~3.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예·적금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금리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5조3191억원 늘어난 685조959억원, 정기적금은 전월 대비 7046억원 늘어난 37조4643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하반기 성장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대출 성장률은 희석됐고, 그간 수신이 초과 성장하면서 조달 확보가 충분히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정기예금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원리가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 현 상황은 여·수신의 균형적인 성장과 적절한 마진 관리를 위한 개별 은행의 역량이 발휘되기가 어려운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정부·국회, 은행 ‘이자장사’ 지적에 대출금리 올리기도 눈치 보이는 은행
그렇다고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회가 연일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지적하고 있어서다. 전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매월 대출금리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할 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해 공시하고, 가산금리의 경우 은행의 목표이익률을 포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세부항목을 공시하는 게 핵심이다.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누락할 경우 금융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하는 안도 담겼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며 “가산금리에는 은행의 목표이익률, 리스크 프리미엄 등이 포함되는데, 각각 어떤 비율로 어떻게 계산돼 결정되는지 정작 대출이자를 내는 소비자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이 목표이익률을 높게 설정해놓고, 가산금리를 야금야금 올리거나 프리미엄을 사실과 다르게 설정해도 가계와 기업은 대응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소비자와의 정보비대칭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행태를 원천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관련 현장방문에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에서 은행직원의 도움을 받아 고객 채무관리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이익을 거론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자이익이 과도한지 적정한지 문제는 주관적인 이슈로, 일반 국민 시각으로는 이자이익이 과도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올해 2분기에도 국내 주요 은행들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예대금리차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투자심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것을 말해주는 현상”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리에 대한 공공성 강조이며, 부실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등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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