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극우 힘 실리는 일본,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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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7-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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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표 변수 커진 선거…자민당, 82석 개헌 정족수 차지 가능성 ↑

  • 자민당, 개헌 정족수 차지 시…동북아 안보 경직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틀 뒤인 10일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아베 전 총리를 향한 '동정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개헌을 통해 일본이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이었다. 때문에 이번 선거 뒤 개헌 세력이 의석을 얼마나 차지하느냐와 아베의 비전을 따라야 한다는 여론에 얼마나 힘이 실리느냐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이에 따라 동북아 안보환경이 크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정표 변수 커진 선거…자민당, 82석 개헌 정족수 차지 가능성 ↑
10일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피격 당한 아베 전 총리를 향한 동정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투표율은 오전부터 이전 선거들보다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되는 참의원은 전체 의원의 절반인 125명이다. 이들의 임기는 6년으로 일본 참의원은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그 어느 때보다 개헌 의지가 강한 일본에서 이번 선거에 따라 개헌정족수가 충족될 수 있다.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 그 외 자민당 인사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정세 변화와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따른 안보 위협 등으로 일본 내에서 보통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초 자민당은 기시다 내각에  "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 근거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해 조기 실현한다", "탄도미사일 공격을 포함해 우리나라를 향한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을 보유해 공격을 억지하고 대처한다"는 등 내용을 담은 제안을 공식 제출했다. 이는 모두 일본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아베 전 총리와 그의 측근이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참의원 선거의 자민당 공약에 그대로 담겼다.

공약대로 자위대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필요하다. 개헌을 위해서는 하원 격인 중의원과 상원 격인 참의원 각각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125석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개헌 세력(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이 82석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에서도 248석의 3분의2인 166석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요미우리는 4개 정당이 78~104석, 아사히는 80~103석, 마이니치는 76~10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 피격 이후 동정표 쏠림으로 자민당이 표를 더 얻을 가능성은 커졌다. 과거에도 선거에서 동정표가 등장한 경험이 있다. 1980년 5월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가 중·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세 중 급성 부정맥으로 사망했을 때 분당 위기까지 겪었던 자민당은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 개헌 정족수 차지 시…동북아 안보 경직
개헌 세력이 82석을 차지해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동북아 안보는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된다. 일본의 군사력이 정당화되고 강화한다면 일단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와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나아가 쿼드 안보협의체(미국 중심의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 정상회담)는 한층 더 강화해 중국·러시아·북한 등과의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변화에 가장 큰 반감을 가지는 국가 중 하나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의 침입으로 식민 지배를 당했고 한·일 위안부·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에도 한·일 사이에 독도 영유권 분쟁, 2018년 동해 초계기 레이더 조준 사건 등 군사적 갈등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군사력이 강화되면 양국 관계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개헌은 중국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 국가들과 군사방위 협력을 강화했다. 2007년 일본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합동 해군훈련인 말라바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말라바 훈련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을 지니고 있는 훈련이다. 이후 일본은 2015년부터 말라바 훈련의 정식 참가국으로 참여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센카쿠열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연일 해당 유역에 해군 또는 해경 선박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력이 강화되면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과 대만 간 갈등에서 일본은 대만 손을 들어주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후지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범한다면 대만의 유사(有事·비상사태)가 곧 일본의 유사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피력한다"고 지난해 12월 자신이 했던 발언을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 남쿠릴열도 분쟁·나토 핵 공유 재논의로 긴장 가능성↑
러시아와 관계에서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선 후 남쿠릴열도 4개 섬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남쿠릴열도 4개 섬을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2000년대 중반부터 나토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양국 관계에는 부담이 된다. 일본은 나토 회의에도 초청되는 등 사실상 협의체 일환으로 움직이지만 러시아는 나토를 적으로 여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요구한 것에 나토 가입 철회가 있을 정도로 러시아는 인접 국가에 나토 동맹국이 있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월 후지TV에 출연해 일본에 나토의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국제 안보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 논하기를 금기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하고서 "그때 전술핵을 일부 남겨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논의도 있다"면서 핵 공유에 관해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내다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일본 자민당을 중심으로 '핵 공유'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시다 내각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아베 전 총리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면 핵 공유 논의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일본의 납북자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아베 전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북한이 최초로 국제사회에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게 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승리한 후 아베 전 총리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북한과 관계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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