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소송' 첫 재판...법원, '적극 재판' 의지표명 [공포의 질주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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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7-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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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자 "차량 설계 결함" vs 볼보 "운전자 의지"

  • 국내 첫 ADAS 소프트웨어 결함 여부 법정공방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자동차의 급발진 추정사고와 관련해 국내 첫 반자율주행차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첫 재판에서 양측에 적극적인 증거 채택을 요구하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4시 볼보차 운전자 전모씨(51)와 가족 3명이 볼보자동차코리아와 자동차 판매사 에이치모터스를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원고가 신청한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향 분석과 ADAS를 작동시키는 ASDM 분석 등 4가지 기술적 감정이나 피고가 신청한 차량 검증 등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안과 내용 등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증거조사 신청을 되도록 채택할 테니 '채택하면 안 된다' 식의 의견을 내지 말아 달라"며 "감정이 필요하다든지, 검증이 필요하다든지 등의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20년 10월 29일 오전 10시 43분께 경기도 판교 한 아파트 이면도로에 차량을 정차한 뒤 세탁물을 찾아 차량 뒷좌석에 싣고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켰다.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차에서 내린 뒤 세탁소 옆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사 다시 차에 올라타 10초 정도의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차가 굉음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전씨 차량은 시속 30㎞를 준수해야 하는 어린이보호구역과 2~3개의 사거리,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을 무시한 채 약 500m를 시속 120㎞로 내달린 뒤 판교 청소년수련관 국기게양대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섰다.
 

2020년 10월 29일 50대 전모씨가 운전한 볼보 차량이 판교 청소년수련관 국기게양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사진=네이버 카페 '판교 엄마들의 모임' 캡처]

이 사고로 전씨는 얼굴뼈, 목, 척추, 팔과 다리뼈 등이 모두 부러지는 최소 20주간의 절대 안정 및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입었다. 전씨 외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전씨 차량은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등을 피하기 위해 1~2차선을 왔다 갔다 했다. 출발 지점 인근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급출발 당시 브레이크등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전씨 남편은 "블랙박스를 보면 차량에서 부웅부웅 하면서 계속 굉음 소리가 난다"며 "설사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는다고 해도 그런 소리는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내의 운전경력이 23년"이라며 "비명만 지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량 설계·제조 결함" vs "운전자의 의지"
전씨 측은 차량에 대한 설계 및 제조 결함으로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운전자가 사고 당시 차량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고, 결국 차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전씨 측 법률대리인 하종선 변호사는 "주차 상태에서 주행을 진행하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변속레버 위치를 P에서 D로 움직여야 한다"며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량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차량 기어가 P상태에서 급발진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급발진 사고를 막을 최소한의 '가속제압 기능' 안전장치를 채택하지 않은 결함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씨 측은 "아무도 죽거나 중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공연히 목표로 표방하고 있는 볼보가 해당 기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운전자 보호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볼보코리아 측은 "해당 고객의 모델 변속기는 기계식 변속레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변속을 하지 않을 경우 주행이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내 첫 ADAS 소프트웨어 결함 여부 법정공방
재판에선 볼보가 사고 차량에 채택하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능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ADAS 기능은 완전 자율주행에 도달하기 위한 주요 기술이다.
 

ADAS 핵심기술 [사진=인터넷 캡처]

ADAS는 제한속도 등 도로 표지나 앞차와의 거리 등 도로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식해 위험을 회피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론 △앞차와의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도로 위 속도제한을 읽고 경고하는 '도로표지 인식' 기능 △읽은 뒤 제한속도를 조절하는 '자동 속도 제한' 기능이 있다.

여기에 △충돌 위험 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 긴급 제동장치' △충돌이 불가피할 경우 옆 차로로 회피하는 '자동 긴급 조향장치' 등도 ADAS 기능에 포함돼 있다.

전씨 측은 주행을 제어하는 메인컴퓨터와 ADAS 기능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에 결함과 오작동으로,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한다. 전씨 측은 "차량 주행을 컨트롤하고 있는 주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전씨가 아니라 차량 자체"라며 "차량에 내재된 ADAS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즉 AI"라고 말했다.

이어 "속도제한 표지가 있는데 차량이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면서 돌진을 해간 것"이라며 "이것은 자동차 제조사의 지배영역에 있는 차량을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볼보코리아는 "당시 상황이 해당 ADAS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ADAS 결함이나 오작동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되는 장치인 카메라와 레이더가 인식한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ASDM(Active Safety Domain Master) 외에 추가로 이와 같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별도 모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석명절차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2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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