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혁신금융' 한다더니 '관치금융'만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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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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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의 이자 장사’ 지적이 연일 논란이다. 이 원장은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조정 기능에 대해 간섭할 의사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가 “우리 헌법과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금융권에선 오히려 “법치로 포장한 관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관치금융’의 그림자는 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까지 합세했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KB·신한·하나·우리·NH·JB·BNK·DGB·한투·메리츠지주 등 10개 금융지주의 전략 담당 임원, 총괄 부사장을 불러 기존·신규 취약 차주를 도울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겉으론 2금융권 차주(대출받은 사람)에 대한 저금리 대환 등 정부의 금융 분야 민생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예대금리차 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수장들이 발탁될 때만 해도 금융권에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색이 돌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개입에 선을 그으며 규제 개혁에 힘을 줬다. 그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하면 과거 '금산분리 원칙'도 개편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면서 “핀테크산업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기존 금융사들도 혁신할 수 있는 규제·법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문화 분야의 BTS, 영화산업처럼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세계적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금융기관 간담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을 쇄신하고 금리·배당 등 가격 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과도한 규제와 개입을 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일련의 금융수장들의 발언을 보면 전임 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 정권에선 은행을 ‘낙하산 놀이터’로 여기는가 하면 포퓰리즘 정책의 실험 도구로 삼고 금리 책정에도 개입했다. 은행들이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이어지면 은행들은 생산적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당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금융’으로 글로벌 금융사를 키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시장 자율에 맡기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 플랜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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