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돌파] 금융위기 수준 고환율...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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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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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

  • 파월 "경기후퇴 가능성" 언급 후 급등

  • 전문가들 "1300원, 일시적이지 않아"

  • 당국 개입으론 한계...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 하반기 美 긴축 완화에 환율 제자리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선 6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 도시 봉쇄 여파로 꾸준히 상승해온 원·달러 환율은 향후 세계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상단 저지선인 1300원마저 돌파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5원 오른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대를 기록한 건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평상시에 원·달러 환율은 1050~1200원 사이에 머무르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시장 개장 당시 1299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10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리겠다고 강조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고,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긴축 등으로 올해부터 달러 초강세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크게 요동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된 2월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3월 초에 1240원대를 돌파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 연준이 지난 5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고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봉쇄하자 글로벌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원·달러 환율은 1290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다 2주 만에 50원 이상이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 물가는 더 올랐고, 달러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변동률은 지난해 4분기에 6.0%였으나, 올해 1분기에 8.1%, 4~5월 중 11.7%로 상승 폭이 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격이 급등한 국내 주식을 지난해부터 대거 매도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주가 상승률은 54.2%(코스피 기준)로, 중국(19.2%)과 신흥국(41.3%) 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2021년에 돌입하면서 국내 주가 상승세가 둔화하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늘었고, 이는 원화값을 떨어뜨렸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었던 2009년에 80대 중반이던 달러인덱스가 지금은 100대 중반이다. 달러 가치가 약 25% 상승한 것”이라며 ”현재 매크로 상황(고유가, 물가 상승 등)들과 그 전망하에서는 1300원의 환율이 결코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 상승... 무역수지 적자 역대 최대치 기록할 듯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호재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었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출 증가분마저 상쇄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154억6900만 달러(약 20조1000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가 131억8600만 달러(약 17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이대로라면 무역적자 규모를 집계한 이래 반기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7039억 달러(약 915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수입은 16.8% 증가한 7185억 달러(약 934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되면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147억 달러(약 19조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게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무역적자 규모인 132억4761만 달러(약 17조2200억원)보다 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 리서치팀장은 “한국의 경제 구조상 원화 가치는 글로벌 경제 성장에 우호적인 반면 원자재발 물가 상승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국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품, 원재료를 해외에서 사들일 때 이전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에 발표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장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하반기에 환율 정상화 전망도
물가가 상승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실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1800조원대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도 커진다. 그러나 외환당국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외환보유액으로 원화값 하락 방어에 나섰으나,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외환보유고를 통한 개입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도 원화 가치,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원화값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꺾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강도가 약해지면 달러 강세가 꺾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개월 연속 둔화 추세를 보였다. 6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활동지수도 마이너스로 떨어져 미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둔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연준의 긴축 강도도 약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달러가 반락하고 원화 약세 압력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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