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 호재'라는 전통적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법인·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출에 미치는 환율 영향이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또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도 원화와 함께 하락해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기업들은 달러 강세로 원자재 가격 급등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고공 행진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더욱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대부분 기업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환율 급등 시기 수출기업이 실적 호조를 기대했던 것과 큰 차이다.

실제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이 삽시간에 좋아지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환율이 국내 수출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많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법인·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려가는 추세여서 수출에 미치는 환율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에서 환율 요인의 기여도를 살펴본 결과 2010년 이후에는 0%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환율 요인의 기여도가 높았으나 점차 영향이 줄어든 결과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의 통화가치도 국내 원화와 유사한 수준으로 급락해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가 강세였다면 상대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상품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겠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안 됐다는 진단이다.

이에 오히려 수출보다 원자재 수입 등에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에서 달러화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 국내 기업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이전보다 매우 비싼 값을 치르고서 원자재를 수입해왔다.

실제 지난 22일 국제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1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국제원유가 70달러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50%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원유뿐 아니라 같은 기간 리튬은 471.88%, 아연은 28.95%, 티타늄은 5.72% 올랐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액 규모가 늘어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자재 수입 관련 지출도 커져 결국 큰 이득이 없다"며 "오히려 원자재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제대로 수급이 안 될 수 있어 리스크가 확대된다"고 말했다.

환율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내수소비 위축, 기업 마진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수출·수입과 관련이 없더라도 국내 기업에 전반적으로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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