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인상에 회사채 투자자 찾기 어려워
  • 순발행액 감소···5월엔 마이너스 전환
  • 기업들, 은행 대출·CP 등 관심 높아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국내 회사채의 금리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아 우량기업도 막대한 이자를 내지 않고서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으로 혼란스러운 국내 기업이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후폭풍에 회사채 이자 10년 최고 급등···기업 자금조달 우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 21일 4.41%에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 13일부터 7거래일 연속 4%대 금리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서 회사채 금리가 1.71%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 2.7%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우량기업으로 분류되는 AA- 회사채 금리가 4%를 연속해서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유로존 채무위기 여파로 크게 흔들렸다. 이에 국내 회사채 시장도 영향을 받아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 회사채 금리(3년 만기)도 지난 13일 10%대를 돌파해 역시 7거래일 연속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 7.5~7.6%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역시 2.7%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했다.

최근 국내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미국 연준이 이달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의 영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미국이 이토록 한꺼번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국내 전망치를 상회한 탓에 회사채 금리가 덩달아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실제 자금조달이 급한 일부 기업들이 몇 달 전보다 엄청나게 높은 이자비용을 지급하면서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비용 항공사(LCC)로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최근 4년 동안 적자에 빠진 제주항공이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2일과 26일 각각 630억원과 16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두 채권 모두 발행 시 금리는 7.4%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 제주항공이 30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금리가 2.3%에 불과했던 것과 큰 차이다.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의 성격 차이가 있기는 하나 18개월 만에 금리가 2.3%에서 7.4%로 급등한 셈이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는 1년 이후 채권을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설정하기는 했지만, 최소 1년 동안은 수십억원의 금융비용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자금을 더 비싼 이자를 주고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으로 어려운 와중에 악재가 겹쳤다"고 말했다.
 

◆기업들 자금 조달 위축···5월엔 순상환으로 전환

22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 자체가 위축된 탓이다.

실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후 회사채 발행액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회사채 발행액은 7245억원으로 상환액인 1조156억원보다 2912억원 적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상환한 만큼 새롭게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이 기간 회사채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 같은 흐름에 우량기업으로 분류되는 AA- 회사채 금리(3년 만기)가 4%를 돌파해 1년 전보다 2.7%포인트 급등하는 등 이자비용이 늘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위축은 국내외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면서 점차 심해지고 있다.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 제외)은 올해 1월 3조3237억원 수준에서 4월 1295억원까지 차츰 줄어들다가 지난달에는 5941억원가량 상환액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순발행액이 증가했던 지난해와는 큰 차이다. 지난해 1월 순발행액은 1조8944억원이었으나 4월에는 7조1977억원으로 늘었다. 5월도 1조9030억원을 기록해 항상 상환액보다 발행액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예측과 발행 규모가 줄면서 월별로는 순상환을 보이는 달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 관측돼···"비우량 기업 회사채 수요회복 어려워"

문제는 이같이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대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28조144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의 위축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다음 달에도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5~3.75%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당수 기업이 회사채보다는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을 통해 자금조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중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89조967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2% 늘었다.

그러나 대출이나 CP를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8조원 규모의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대출이나 CP로 자금 조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길게는 30년 이상 만기를 설정할 수 있는 회사채와 달리 대출과 기업어음이 단기성 자금에 가까워 기업의 경영·투자 전략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회사채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하반기 신용등급이 낮은 상당수 기업들이 회사채 상환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때문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며 "그나마 우량 기업에 대한 회사채는 수요를 찾을 수 있겠지만 비우량 기업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기가 어려워 앞으로 조달 금리가 높아지는 등 환경이 악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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