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줄기세포연구에서 찾은 역노화(逆老化)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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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2-06-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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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생명체의 복제는 이미 식물이나 일반 동물에서는 보편화된 술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식물의 경우 잎이나 뿌리의 한 조각을 떼어내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상용화되어 농업의 주요 기술로 자리잡았다. 동물에서도 복제가 상용화되고 있고 호사가들의 큰 관심이 되었으며 근자에는 중국에서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도 성공하여 인간복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생명체 복제 수단으로서의 체세포핵이식술은 한 개체의 세포에서 분리해낸 핵을 다른 개체의 핵을 미리 제거해 둔 난자에 이입시켜 수정을 유도한 다음,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여 개체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방법이다. 이런 복제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점은 줄기세포의 발견이다. 이론상으로 태아나 성체에서 확보된 줄기세포는 핵의 난자이입 절차를 통하지 않고도 모든 세포로 분화되어 개체까지 유도될 수 있는 성상을 활용한 방법으로 체세포핵이식술과는 차원이 다른 비약적인 발전이다. 다른 개체의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포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진화의 역사를 되돌리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성생식을 무성생식의 세상으로 역진화한 것이다. 더욱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장기의 어떤 세포라도 분리하여 간단하게 줄기세포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이들 세포들을 하나하나 각각의 개체로 발생할 수 있다는 성과는 생명과학계에 획기적 전환점을 불러왔다.

이 분야 연구의 문은 일본의 젊은 의학자 신야 야마나카의 기발한 착상에 의하여 활짝 열렸다. 줄기세포와 정상 일반세포의 유전자전사인자의 차이를 발견하고, 줄기세포에만 고유한 전사인자를 일반세포에 이입하는 실험을 통하여 만능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였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신체를 구성하는 일반 세포를 활용하여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성질의 줄기세포로 역분화를 유도한 세포이다. 야마나카 팀은 4가지 유전자 전사인자인 Oct3/4, Sox2, c-Myc, Klf4를 생쥐 섬유아세포에 주입하여 최초로 역분화에 성공하여 만능유도줄기세포를 제작하였고, 이후 인간의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도 역분화에 성공하여 인간의 줄기세포를 유도 제작하였다. 이후 위스콘신대 팀은 Oct4, Sox2, Nanog, Lin28을 주입하여 인체상피세포의 역분화에 성공하여 이러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 술기가 보편화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어렵지 않게 만능유도줄기 세포를 인위적으로 제작하는 방법의 창안은 생명현상이 의외로 단순 명료한 원리에 의하여 작동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어떠한 신비로운 생명현상도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후 줄기세포활용 의료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미래의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적절한 의료 방안이 없고, 대안도 마땅하지 못했던 각종 노인성 및 퇴행성 질환의 회복이나, 치유가 어려웠던 특수조직의 재생에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희망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뇌졸중, 두부손상, 황반변성, 척추손상, 알츠하이머병, 심근경색, 생식불능, 시각 청각 기능회복, 치아보정, 대머리치료 등에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도파민 생성 신경원세포를 공급하여 이식해 주거나, 당뇨병의 경우는 제1형의 경우 인슐린 분비 베타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켜 공급 이식함으로써 질병의 근원적 해결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고 기대되고 있다. 나아가서 줄기세포 분화 연구는 인체의 발생과정연구뿐 아니라 대체장기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개개인의 세포를 이용하여 제작한 만능유도줄기세포에서 확보한 균질의 인체조직이나 세포는 면역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개인화된 치료 약물이나 방안의 개발에 사용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료 개인화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연구가 노화제어의 수단으로 발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상세포를 줄기세포로 유도하기 위하여서는 야마나카의 4가지 유전자전사인자를 사용하였는데 이 중 c-Myc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만 사용하면 줄기세포까지 형질전환하지 않는 대신 늙은 세포가 젊은 상태로 복원되는 역노화(逆老化)가 유도될 수 있다고 보고되면서 아직 실험실적 단계이지만 이러한 성과는 노화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미래고령사회에 희망을 가지게 하고 있다. 즉 늙은 세포를 제거하지 않고도 젊은 상태로 복원하는 혁신적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의학적 측면을 비롯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종교적 또는 신념적 논쟁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윤리적 문제 이외에도 줄기세포 활용은 중요한 과학적 난관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여 한계가 있다. 임상 목적으로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나 만능유도줄기세포는 속성상 기형종을 형성할 수 있고 줄기세포 이식 후 암 발생이 보고된 경우가 이미 상당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만능유도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윤리적 문제나 면역적 부작용에서 어느 정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하여 목표하는 조직으로 선택적인 분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심도 깊게 개발 중이다.

미래 세상에서 추구하는 의학의 발전을 예측해보면 인간의 수명 한계를 넘어서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인류는 보다 더 오래, 보다 더 잘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줄기세포의 출현은 그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은 당연하다. 왜냐면 줄기세포의 자가복제능을 통하여 필요한 세포의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고, 이런 줄기세포는 만능분화능을 가져 인간이 필요한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퇴행화 또는 손상에 의해 기능을 수행 못하는 장기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으며, 각 기관의 질병을 해결하고 온전한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는 점은 의학의 새 지평을 열게 하는 데 충분하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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