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새정부 외교력 '리트머스 테스트' 나토정상회의 성공하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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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2-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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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토 비회원국임에도 초정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전략 가치와 드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이번 회의 참석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의 성격은 다자회의다. 더욱이 자유와 인권 중심의 외교 기조를 공유하는 자유민주 진영 수장들과 함께하는 첫 자리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윤 대통령이 천명한 ‘평화, 자유,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리트머스 테스트(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는 회의 개최 기간 동안 돌아가는 판세를 정확히 읽고 우리의 확고한 입장과 의제를 가지고 협의하면서 귀국 후 우리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은 지지율 반등 시 외교가 뒷받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곤혹을 치렀다. 정권 출범 당시 70%였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이듬해부터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외교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아세안(ASEAN)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을 시작으로 핵안보 정상회의까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 일련의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반등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76%에서 시작한 정권 초기 지지율이 부패와 인사 등 국내 정치 문제로 40%대까지 하락했으나 독일을 방문하면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 한·미와 한·중 관계를 동시에 양호하게 발전시킨 덕에 호전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초기 지지율은 소강 상태(40% 후반 유지)를 보이고 있다. 출범 이후 지난달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이 일시적인 상승(52%)을 보였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다르다. 한·미정상회담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그가 주장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외교 기조가 서방 민주자유 진영 국가에 얼마만큼 잘 통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그토록 강조한 가치 중심 외교와 다자외교의 효력을 입증하기 위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발언권을 가지고 우리가 세계의 자유, 발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의제를 얼마만큼 상정하고 관철하는지 여부가 이를 판가름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귀국 후 그 후속 조치를 얼마나 추진력을 가지고 마련하고 실천하는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대한 굳은 결의로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해야 할 것이다. 나토 회원국은 물론 초청받은 비회원국도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바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의 확전은 바라지 않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러시아가 더 이상 권위주의 통치 체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유 국제질서에 완전히 편입하는 ‘순한 양’이 되길 희망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지지하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첫 번째 전쟁 목표다. 평화 협상으로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결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평화 협상이 차선책인 이유는 이는 러시아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푸틴 권위주위 정권이 계속 통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나라들에 보복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 자원을 더 강하게 무기화할 수 있고, 러시아 내에서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줄 수 있어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참석함에 있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우리의 지원 입장을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수많은 동맹과 우방국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청받았다. 비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에서부터 비살상무기와 인도주의 지원, 그리고 전쟁 비용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른바 ‘평화헌법’의 제약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없지만 비살상무기에서부터 인도주의 지원과 비용 지원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는 비살상무기 제공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3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주의 지원이 집행되었고, 4월 29일에는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은 데는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논의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라는 기대감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발언권이 효력을 발휘하고 우리 의견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전쟁에 대한 우리의 지원 수준이 다른 참여국들의 것과 최소한 엇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여기 왜 왔냐?’는 식의 눈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셋째, 살상무기 지원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손실보다 큰 점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의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며 걱정한다. 러시아의 경제 보복을 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전쟁 중인 러시아는 이미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이런 우려가 필요 없다. 전쟁 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방 민주자유 진영 국가와 함께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반드시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승리야말로 푸틴 정권의 퇴진이고 권위주의 체제의 종결이며 러시아가 자유 국제질서에 합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에 기여하면 전후 러시아에서 우리는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우리에게 군수복합체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군수산업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무기 체계가 안고 있는 공통점은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즉, 실전에서 성능과 기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 국산 무기의 실전 능력을 검증하고 그 우월성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면 우리의 군수복합체산업은 새로운 도약대(臺)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계 시장에 국산 무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호기(好機)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무기에 대한 수출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에서 제정한 ‘국제 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ITAR)’에 따라 미국산 기술이 많이 투입된 무기라면 비록 국내에서 국내 업체가 생산했다 할지라도 미국과 비우호적이고 비우방인 나라에 수출할 수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전쟁 지원을 해당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원의 대가로 미국 정부와 이 문제의 해결을 일궈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군수산업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한 후 우리는 다자 정상회의에서 우리 의제를 상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하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우리의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전쟁 승리 이후 유럽 국가들이 생각하는 전후 질서에 대한 우리의 전략 구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민을 정상들이 토로할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준비해야 한다. 이들은 전쟁이 지연되는 문제에서부터 종결을 위한 전략 구상에 관한 각종 논쟁을 벌일 것이다. 모두들 전쟁이 지연될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명백히 할 것이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서는 방안에 대한 협의도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이 명확해야 회의 결과로 공동성명이 채택된 후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결과에 따라 이들은 최소한 유럽 내에서 재편될 질서 체계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할 것이다. 푸틴 정권이 퇴진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지속 문제에서부터 푸틴 정권이 존속하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책에 이르기까지 전후 러시아에 관한 논의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예상 답안지를 우리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전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후 질서 개편을 상정한 우리의 입장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런 제재의 필요성 문제에서부터 실효성 등 전후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복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재건사업과 관련한 우리의 기여 방안이다. 우리는 전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승리의 확신 없이, 승리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 없이 정상회의 참여만으로 편승하려는 자세로 일관하면 우리의 존재 자체마저 무시당할 수 있다. 우리의 적극성과 진정성, 그리고 확고한 결의를 공식적으로 표출해야만 20세기 초 ‘헤이그 특사’의 비극이 재현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와 상황은 물론 다르다. 이번에는 우리가 정식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헤이그 특사들은 독립이라는 확고한 의제를 들고 갔다. 이번에 우리도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확고한 의제를 들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이들 중 하나(one of them)’로 치부되면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신정부가 추구하는 다자외교와 글로벌 중추국가의 첫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외교적인 수사가 아님을 증명하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가 민주자유 진영의 동맹과 우방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외교 신념을 이번 정상회의에서 펼치길 바란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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