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북ㆍ중ㆍ러가 쏘아올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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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2-06-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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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 판도 바꾸는 극초음속 미사일

  • 독일·일본 전범국도 방위비 증액 나서

  • 北화성-8형, 경량화된 핵탄두 탑재 가능성

2019년 7월 19일(현지시간) '치르콘'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백해의 러시아군 유도미사일 호위함에서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올 연말까지 추가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영국, 호주가 새롭게 결성한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역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맞불을 놨다. 그 새 한·미·일을 포함한 자유 진영과 북·중·러 등 반미(反美) 진영이 격돌하는 신냉전 구도는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가 실전배치를 예고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치르콘이다.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최대 마하 9(시속 약 1만1000km)의 속도와 1000km 이상의 비행거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이미 궤도 변칙 비행이 가능한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지난해 말 실전 배치했고, 공중 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되면 동북아를 비롯한 주변국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유럽에 배치되면 국제 정세 전체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전자전 역량에 관한 새로운 3국 협력을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전장 판도 바꾸는 극초음속 미사일

미국이 2020년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모습. [사진=미 국방부]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한다. 마하 1은 소리 속도인 음속(초속 340m·시속 1224㎞)이다. 마하 1~5까지는 초음속, 마하 5부터는 극초음속이다. 마하 5 이상이면 서울에서 평양 상공까지 약 1분 15초면 도달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비행체(HGV)와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으로 나뉘며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장점의 집합체로 불린다.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빠르다(단거리 미사일은 마하 4~7, 대륙간탄도탄은 마하 20 안팎). 파괴력이 강한 무거운 탄두를 탑재 가능하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은 비행 궤적 예측을 통한 요격이 가능하다. 탄도미사일도 발사-상승단계-중간단계-하강단계를 거치는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하기 때문이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해 적 레이다에 들키지 않고 상대 지휘부, 군사시설 등 핵심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음속 이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은 시속 880㎞로, 일반 여객기 속도(시속 700~800㎞)로 비행한다. 이는 대공화기나 전투기로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고점에서 내려온다. 이후 대기권 안에서 방향을 바꿔 순항미사일처럼 비행하는 특성이 있다. 속도가 마하 5 이상이고 고도와 방향을 바꾸는 탓에 비행 궤적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이나 한국에 구축된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는 탐지나 요격을 할 수 없다.  
 
독일·일본 전범국도 방위비 증액 나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마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타격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세계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DF)-ZF를 수백 차례 시험발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성능을 극대화했다. 지난해에는 핵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전범국으로서 국방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마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위해 올해부터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상 GDP 1% 수준을 방위비로 설정했던 일본 정부 내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액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역시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어난 7730억 달러(약 967조원)로 책정했다. 5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프랑스와 독일, 호주, 인도, 일본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한국과 이란, 이스라엘이 기본적인 기술 관련 연구를 해왔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사업단(DARPA)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체계인 '글라이드 브레이커(Glide Breaker) 프로그램' 연구 개발의 2단계에 돌입했다. 

DARPA는 2018년 1단계 연구에 돌입해 활공 단계에서 요격체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 전환 및 자세 제어 시스템(DACS)을 개발했다. 이번 2단계 연구에선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즉 추진체가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조종되는지 집중 실험해 실제 비행 가능한 요격체 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北화성-8형, 경량화된 핵탄두 탑재 가능성

북한이 2021년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9월 29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발사 장면. [사진=연합뉴스]

주변국들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당장 우리나라의 관심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쏠려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8형은 극초음속 미사일 중에서도 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엔진 추진체에 글라이더처럼 비행하는 활공형 탄두를 얹은 이른바 HGV 탑재 미사일이다. HGV는 발사 후 목표 고도까지 추진체의 힘으로 상승하지만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뒤에는 지구 중력과 공기 흐름 등에 따라 표적까지 활공하며 날아간다.
 
이 과정에서 중력가속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HGV는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를 낼 수 있고, 각종 유도장치의 도움으로 활공 중 고도나 궤도를 바꿔 적의 방공망을 피할 수도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설계상 요구가 충족됐다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단계가 상당 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지만 북한이 한 발짝 더 나아가 있다는 평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극초음속 무기에 쓰이는 액체 램제트(Ram Jet) 추진기관을 개발했으며, 2010~2012년 극초음속 핵심기술 응용연구, 2011~2017년 초고속 공기흡입 엔진 특화연구실 설치를 통한 관련 연구 등을 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마하 5 이상의 지상발사형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 중이며, 2023년까지 비행 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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