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 시대 체제 경쟁 위해 시작된 달 탐사 계획
  • 반세기 지난 현재, 다시 전 세계 주목받으며 추진
  • 화성 탐사·거주 위한 전초기지...테스트베드 역할

아폴로 11호가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른 지구 모습을 촬영했다.[사진=미국 항공 우주국]

황폐화된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달 착륙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당 세계에서 한 교사는 달 착륙은 허구이며, 냉전 시대 소련이 로켓 등 '쓸모없는' 기계에 자원을 쏟아부어 파산시키는 미국의 '프로파간다'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쓸모없는 기계 중 하나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가 됐고, 이 기계만 남아있었다면 자신의 아내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달 탐사 역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5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달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국회에서 발표했으며, 1969년 이를 실현했다.

달 착륙을 비롯한 우주 경쟁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서 비롯됐다. 소련이 1957년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 국가에 충격을 줬다. 소련이 과학 기술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 발사체를 이용해 항공기 없이도 핵무기를 지구 반대편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같은 해 11월 살아있는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연이어 발사했으며, 4년 뒤인 1961년 4월에는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에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워 지구 궤도를 돌고 귀환했다. 소련은 이러한 성공을 체제 우위 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미국은 한 달 뒤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통한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하면서 소련에 뒤처진 우주 경쟁을 한 번에 뒤집었다. 특히 인간이 지구 밖에 있는 천체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후 70년대에도 미국과 소련이 몇 차례 달에 탐사선을 보내 토양이나 암석 등을 수집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10년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예산을 아폴로 계획에 쏟아부었다. 냉전 시기 체제 경쟁이 아니었다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미국은 GDP의 0.21%를 우주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은 0.04%다.

하지만 이후 달 탐사에 대한 열기는 시들해졌으며, 소련이 1976년 발사한 루나 24호를 끝으로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양국의 달 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달 탐사로 얻는 정치적·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심우주 탐사 위한 테스트베드, 아르테미스 계획 본격 착수

 

아르테미스 계획 일환으로 추진될 달 남극 기지 상상도[사진=미국 항공 우주국]

2022년은 달 탐사가 다시 본격화되는 해다. 미국이 전 세계와 협력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물론, 한국 역시 올해 8월 달 궤도선을 보낸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민간 기업 역시 달 탐사를 시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개국이 참여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이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으로, 아폴로의 쌍둥이로 묘사된다. 최초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달 궤도 우주 정거장, 달 기지를 넘어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무인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는 오는 8월 달로 향하고, 달 궤도를 한 바퀴 정도 돈 후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추진과 역추진을 통해 궤도 이탈·진입을 실험하는 것은 물론, 대기권으로 돌아오면서 우주선이 고열을 버티는지 검증한다.

2024년 5월 발사되는 아르테미스 2호는 유인 탐사선으로, 달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스윙바이를 시도한다. 2025년에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OP-G)에서 거주를 시작하며, 2025년 이후 유인 착륙선을 보낸다.

달에 착륙한 우주 비행사는 약 일주일간 달 표면에 체류하며 과학적 지표 분석과 얼음 샘플 등을 채취한다. 장기적으로는 달 정주 기지를 건설해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연구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

지구에서 진공 상태나 고온·저온, 무중력 등 우주 환경을 모사해 각종 장비를 실험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실제 환경에서 실험하는 것과는 다르다. 태양에서 발산되는 각종 전자기파는 물론, 달에 있는 미세먼지 입자가 장비나 우주 비행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분석해야 한다.

화성에서 직접 이를 실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화성에 직접 도달하는 데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또한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중력권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더 커지기 때문에 발사체를 통해 실어 보낼 수 있는 화물의 무게도 줄어든다. 때문에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되고, 실패 시 부담도 커진다.

반면 달은 지구에서 직접 발사할 경우 3일이면 도달 가능하다. 달 기지를 건설해 우주에서 작물을 키우거나 물을 생산하는 방법도 연구할 수 있다. 화성에서 시도하려는 것들을 달에서 미리 점검해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항공경영학회에 따르면 달 탐사 사업의 기대효과는 크게 △시장가치 창출 △기술 파급 및 융합 △우주개발국 진입 △국가브랜드가치 상승 △과학문화 확산 △국방·안보 등이다. 독자적인 달 탐사선 발사 능력 확보는 수입대체와 수출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지상국이나 탐사용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핵심 기술은 개발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다각화 효과를 낼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탐사를 통한 유무형 경제적 가치를 3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또한, 달 탐사를 통해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장기적으로 지구 자원 고갈에 대비한 우주 영토 확보에서도 국제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달 탐사 사업 성공은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과학 문화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주 과학의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통해 청소년의 이공계 진입을 유도할 수 있으며, 대학과 연구 기관의 산학 협력 역시 촉진할 수 있다.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는 오는 8월 발사돼, 12월 달 궤도에 진입할 계획이다.[사진=과기정통부]

우리 정부는 오는 8월 달 궤도선 다누리를 보내 착륙 후보지를 찾는다. 이 가운데 궤도선에 탑재된 각종 장치의 성능을 검증하면서 과학 기술 임무를 수행한다. 그간 한국은 인공위성을 운영하며 우주에 있는 물체와 직접 통신해왔으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2호는 적도 상공 3만5857㎞에 위치하지만, 지구와 달의 거리는 평균 38만㎞에 이른다. 현재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의 10배가 넘는 거리다.

특히 다누리는 달로 직접 가는 방식이 아닌, 태양 중력을 이용하는 달 궤도 전이방식(BLT)을 사용한다. 이때 지구와의 최대 거리는 165만㎞다. 한국은 이 거리에서 궤도선 엔진을 점화해 궤도를 조정한다. 이번 다누리 발사는 이러한 심우주 통신과 궤도선에 대한 직접적인 제어 기술을 검증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은 이번 임무를 시작으로 오는 2031년에는 자체 개발한 차세대 발사체(KSLV-3)를 통해 달 착륙선을 보낸다. KSLV-3은 누리호(KSLV-2)를 잇는 개발 계획으로, 더 높은 우주 수송 능력을 바탕으로 1.5톤(t)급 한국형 달 착륙선과 탐사 로버를 달에 보내 지질연구와 자원탐사 등을 수행한다.

2018년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달 궤도선은 우리나라 우주탐사 계획의 1단계이며, 달 착륙선은 2단계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는 2035년까지 소행성 착륙, 샘플 채취, 복귀까지 이어지는 심우주 탐사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인 만큼, 이번 달 궤도선 발사는 한국의 우주시대 개척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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